정부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피해를 본 국내 기업에 13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 자금 지원에 나선다. 수출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역보험 지원 규모도 역대 최대인 270조원까지 늘린다. 50% 관세가 부과되는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상품의 수출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지원이 시행된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기업의 관세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중소기업과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8월 한국의 전체 수출은 454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0.9% 늘었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對美) 수출은 같은 기간 4.1%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미국과 협상을 통해 상호 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합의에 이르렀지만, 15% 관세율도 수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정부의 관세 협상 후속 지원대책은 ▶가용 정책 수단 총동원 ▶범정부 총력 대응 ▶정책 수요자(기업) 중심 등 3대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우선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총 13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 자금을 지원한다. 산업은행은 ‘관세 피해 업종 저리 운영 자금’ 프로그램의 한도를 기존 중소기업 30억원, 중견 기업 50억원에서 각각 10배씩 늘리고, 금리는 0.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6조원 규모의 ‘위기 대응 특별 프로그램’ 지원 대상 기준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기존 철강·알루미늄·자동차·부품 외 ‘구리’ 업종까지 ‘통상 리스크 대응 긴급 자금’ 대상을 확대한다.
수출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한 무역보험은 역대 최대 수준인 270조원 규모로 늘린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에서 올해 무역금융 규모를 256조원으로 정했는데, 이번 대책을 통해 14조원 더 늘렸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보증료 60% 할인은 12월까지 연장하며, 기존 보증 한도에 일괄적으로 0.5배를 가산한다.
관세 대응에 사용할 수 있는 수출 바우처 한도 예산은 올해 총 4200원 규모까지 지원을 늘린다. 아울러 50% 관세가 매겨지는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상품, 구리 등의 산업을 위해서는 총 57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이 이뤄진다. 한국무역협회는 피해 기업(회원사)에 우대금리 1.5~2.0% 수준의 긴급 저리 융자 자금을 200억원 규모로 편성한다. 또 4000억원 규모의 철강 분야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 상품’ 신설이 추진된다.
정부는 또 국내 수요 창출로 단기 수출감소 물량을 흡수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전기차 전환 지원금 신설, 고효율 가전 구매 환급 등이다. 철강·이차전지·기계의 경우 건설·토목 등 인프라 건설 시 국산 철강재 사용 촉진, 지역별 노후 기계 장비 교체,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 확대 등을 추진한다.
수출 시장 및 품목 다변화를 위해 해외전시회, 사절단, 한류박람회 등 지원 대상을 1600개사에서 3000개사로 늘리고, 콘텐트나 뷰티·푸드 등 유망 수출 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마케팅 지원도 강화한다. 또 아세안·중동·중남미 등 주요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강화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검토한다. 이 밖에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에 ‘AI 미래차 경쟁력 강화방안’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 등 주요 산업별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해 발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