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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시속 35.4㎞, 손흥민보다 빠른 '새 진공청소기' 카스트로프 활용법은

중앙일보

2025.09.03 00:20 2025.09.03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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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옌스 카스트로프가 2일 미국 뉴욕주 아이칸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옌스 카스트로프(22·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는 7일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에서 열릴 미국의 평가전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다. 장대일·강수일 등 국내에서 나고 자란 혼혈 대표선수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외국에서 나고 자란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의 포지션이 현 대표팀에서 가장 취약한 6번 자리(수비형 미드필더)이고, 한국에선 보기 드문 플레이 스타일의 선수라서다. 카스트로프는 중앙 미드필더지만, 팀 전술에 따라 윙백으로도 뛸 수 있다.

2일 미국 뉴욕주 아이칸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한국 축구 대표팀 훈련에서 옌스 카스트로프가 김민재와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중앙일보가 확보한 그의 소속팀 측정 자료에 따르면, 그의 순간 최고속도는 시속 35.4㎞다. 스퍼트 좋기로 이름난 손흥민(LAFC·35.13㎞)보다도 빠르다. 상대 진영 깊숙이 올라갔다가 재빨리 수비로 내려와야 하는 윙백에게는 빠른 발이 필수적이다. 그의 국내 대리인 마쿠스 한 미노스포츠 대표는 “한국인 어머니(서울대 출신)와 독일 아버지(변호사)의 피를 물려받아 영리하게 빌드업(공격 전개)을 한다. 빠른 공수 전환을 가르치는 독일에서 축구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카스트로프는 매우 전투적인 스타일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진공청소기’ 김남일, ‘싸움닭’ 젠나로 가투소(이탈리아) 같은 유형이다. 마쿠스 한 대표는 “카스트로프가 2018년 독일 쾰른 17세 이하 팀 당시 10번 자리(공격형 미드필더)의 플로리안 비르츠(리버풀) 뒤에서 보디가드처럼 뛰었다”며 “전투적으로 치고받는 파이터”라고 소개했다. 전속력으로 달려가 마치 상대를 빨아들이듯 무력화 시키는, 한국-독일 합작 ‘신형 진공청소기’ 같다.

다만 거친 플레이 탓에 옐로카드를 많이 받는 이른바 ‘카드캡터’다. 뉘른베르크(독일)에서 뛴 두 시즌(2023~2025년) 간 23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김진규 대표팀 코치가 본 3경기 중 2경기에서 경고를 받았다. ‘경고 5장 누적으로 인한 출전정지를 누가 가장 먼저 받을까’라는 질문에 묀헨글라트바흐 동료들은 만장일치로 “옌스!”라고 답했다.

한국의 지난 월드컵 지역예선 실점 장면을 보면 상대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그로 인해 “도련님 수비를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과거 김남일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가 필요한데,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카스트로프가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경고 누적에 따른 퇴장이나 출장정지 등은 팀에 큰 피해를 준다. 다행히 카스트로프는 23장의 옐로카드를 받은 두 시즌 동안 퇴장은 딱 2번이었다. 영리하게 ‘선’을 지킨 것이다.
지난 5월 서울 모처에서 만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카스트로프, 카스트로프의 한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마쿠스 한. [사진 마쿠스 한]

직전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전에 교체투입돼 실점 빌미를 제공하는 등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기는 하다. 여론에 떠밀려 뽑은 게아닌 홍 감독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카스트로프를 직접 만나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를 확인했다.

홍 감독은 지난 6월부터 대표팀에서 스리백(3-4-2-1포메이션)을 실험 중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강팀을 만나게 돼 수비를 더 두껍게 하려는 구상이다. 이 포메이션에서는 3명의 중앙수비수 앞을 2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커버하고 양쪽에 윙백이 선다.

독일 마인츠와 비슷한 전술인데, 스리백 앞을 중앙 미드필더 2명이 커버하려면 사노 가이슈(일본)처럼 미친 듯이 뛰어 다니는 선수가 필요하다. 카스트로프는 포메이션의 3선(숫자 ‘4’에 해당하는 라인) 네 자리 중 왼쪽 윙백을 뺀 세 자리를 소화할 수 있다.

2일 미국 뉴욕주 아이칸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축구 대표팀 훈련에서 홍명보 감독이 옌스 카스트로프를 지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카스트로프는 공격 성향이 강한 백승호(버밍엄), 김진규(전북)를 뒤에서 받치거나, 수비적인 박진섭(전북), 박용우(알아인) 옆에서 공격적으로 뛸 전망이다. 데뷔전은 선발보다는 후반에 교체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표팀은 3일 뉴욕에서 첫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은 한국말로 진행됐다. 의사소통 우려에 대해 카스트로프는 “어느 정도 알아듣는 한국말 단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어가 유창한 데다독일에서 뛰었던 손흥민, 이재성(마인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과는 소통에 문제가 없다. 손흥민 팬으로 알려진 그는 “만나고 싶은 선수가 있긴 하지만, 특정 선수와 대화하기보다 팀의 일원으로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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