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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 사망' 대위, 유서에 괴롭힘 호소…가혹행위 있었나

중앙일보

2025.09.03 00:29 2025.09.0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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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서 현역 육군 대위가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사건 현장에서 육군수사단, 경찰 과학수사대 등이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수성못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육군 대위가 괴롭힘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의 1차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건 조사는 군사경찰에서 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오전 6시29분쯤 대구 수성구 수성못 산책로 화장실 인근에서 경북 영천시 육군3사관학교 소속인 30대 A 대위가 머리 부위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복 차림이었으며 곁에 K-2 소총과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가 발견되고 외부 범죄의 혐의가 없는 점으로 미뤄 수사당국은 A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총기 들고 영천~대구 38㎞ 이동

국방부 등에 따르면 A 대위는 2016년 임관한 뒤 육군3사관학교에서 훈육장교로 복무해 평소 실탄을 소지하는 보직은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미혼으로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A 대위도 개인 총기가 있지만 이번 사건에 사용된 K-2 소총은 본인의 것이 아닌 생도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서 현역 육군 대위가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사건 현장에서 육군수사단, 경찰 과학수사대 등이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일 “총기와 탄약 외부 유출 경위 수사를 신속히 실시해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총기·탄약 관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총기와 실탄을 외부로 유출한 채 약 38㎞를 이동하는 동안 어떤 제재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군 당국의 부실한 총기·실탄 관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생도를 지도하는 훈육장교가 K-2 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경북 영천에서 대구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동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연쇄적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육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총기관리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대 내 괴롭힘 호소 유서 나와

A 대위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는 각각 군 당국과 부모, 기자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기자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부분은 직장(군부대) 내 괴롭힘과 가혹행위에 대한 정황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알려진 지난 7월 ‘1차 진급 탈락’은 유서상 직접 사망 원인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수사기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괴롭힘 등 외부적인 요인이 사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되면 범죄 혐의점을 찾기 위해 군 당국은 관련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사경찰은 군인 사망 사건에서 가혹행위 등 정황을 확인했을 시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에 사건을 넘기도록 규정돼 있다.

이럴 경우 수사는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가 맡을 전망이다. 경찰은 유서 내용을 바탕으로 사망 원인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사건이 경찰에 넘어오기까지 수일이 걸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군 당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 통보가 오면 바로 형사기동대에서 수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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