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했다. 향후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 확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양산용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 장비를 이천 M16팹(공장)에 반입했다고 3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경쟁 환경에서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첨단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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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NA EUV는 어떤 장비?
하이 NA EUV 장비는 현존하는 장비 중에서 가장 미세한 회로 패턴 구현이 가능하다. 기존 EUV 장비 대비 40% 향상된 광학 기술로 1.7배 더 정밀하게 회로를 형성할 수 있고, 2.9배 높은 집적도를 구현할 수 있다. 장비 한 대가 이층 버스 높이이며, 무게는 150톤(t)으로 에어버스 A320 여객기 2대와 맞먹는다. 인텔이 2023년 12월 업계 최초로 하이 NA EUV 장비를 미국 오레곤 공장에 들인 이후 2024년에 유럽 반도체 연구소 아이멕과 TSMC가, 올해 3월 삼성전자가 순차적으로 기기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는 이 장비를 들인 다섯 번째 기업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도입한 장비는 ‘트윈스캔 EXE:5200B’로, 하이 NA EUV 최초 양산용 버전이다. ASML은 이 장비에 대해 ‘오버레이(레이어간 적층 위치 오차) 성능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인 EXE:5000의 후속 버전’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다. 앞선 기업들이 들인 장비는 주로 연구개발에 활용되는 EXE:5000였다. 인텔은 이를 1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파운드리 제품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및 파운드리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계에서 양산용 하이NA EUV 장비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대당 6000억여원의 가격을 ASML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D램 반도체의 선폭이 10나노 이하까지 미세화되면서 현재 EUV 공정보다 더 큰 기술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메모리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차세대 EUV 장비를 적극적으로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7나노 이하에서 사용되는 하이NA EUV를 활용하면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패터닝 횟수를 줄여 경제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EUV 공정을 단순화하고 메모리 개발 속도를 높여 제품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하이 NA EUV 장비를 활용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셀을 수직으로 쌓아 면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3차원(3D) D램 개발·양산을 비롯해 차기 HBM 로직다이(로직 기반의 베이스 다이)에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세대 HBM3E까지 메모리반도체 업체에서 직접 제작했던 베이스 다이는 HBM4부터 로직다이로 전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 로직다이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HBM4E부터 로직다이 직접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직접 설계하면 메모리사는 하청업체 지위로 전락하게 된다”라며 “향후 메모리 기업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로직다이에서의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차선용 SK하이닉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장비 도입으로 회사가 추진 중인 미래 기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며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컴퓨팅 시장이 요구하는 최첨단 메모리를 가장 앞선 기술로 개발해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