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승절] 열병식에 원자바오 전 총리 참석…후진타오·주룽지 불참
"내부 권력 파악 가늠자"…온라인서 정치적 민감한 키워드 검열한 듯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 내부 권력 지형도를 파악하는 가늠자로 여겨져 온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이 3일 거행되자 톈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한 인사들의 명단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중앙TV(CCTV)와 대만 자유시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시 주석이 톈안먼 망루에 오른 뒤 생중계한 화면에는 국외 정상들 외에도 중국의 정치 원로들이 잇달아 포착됐다.
단연 눈에 띈 인사는 원자바오 전 총리였다. 80대의 나이로 노쇠하긴 했으나 망루 위에 자리를 지키고 선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보이지 않았고, 주룽지 전 총리도 불참했다.
2015년과 2019년 열병식에는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이 참석해 시 주석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섰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2022년 10월 20대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현 주석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비자발적으로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 갖가지 추측을 낳은 바 있다.
이후 후 전 주석이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2년 장쩌민 전 주석이 사망하기 직전 병원에서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을 때라고 자유시보는 지적했다.
다음 달에 97세가 되는 주 전 총리는 최근 몇 년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앞서 BBC는 "전임 총리와 다른 원로들이 어떤 형태로 현장에 나타날지도 현재 정치 분위기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다른 원로들로는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 장더장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허궈창 전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류윈산 전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장가오리 전 부총리, 왕양 전 정협 주석, 자칭린 전 정협 주석 등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가오리 전 부총리 옆에는 군부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자리해 이목을 끌었다. 올해 반중매체를 중심으로 시진핑 권력이상설이 제기됐을 당시 장 부주석을 중심으로 시 주석 체제에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대만 민진당 정부가 공개적으로 중국의 열병식 참석을 반대한 가운데 대만 측에서는 제1야당인 국민당의 훙슈주 전 주석(대표)이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후진타오나 원자바오처럼 중국 내부에서 관심이 큰 지도자나 원로들 관련 소식을 중국 온라인에서는 실시간으로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나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중국판 엑스)에서는 관련 기사나 게시물이 검색 결과로 전혀 나오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기념행사를 진행하면서 행사장 주변만이 아닌 온라인도 철저히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총리의 참석을 짤막하게 언급한 한 게시물은 웨이보에 올라오자마자 삭제됐다.
중국이 검열하지 못한 엑스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는 참석 명단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가는 반면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열병식에 등장한 최신무기들로 도배했다.
전 지구를 사정권으로 하는 핵 탑재 미사일 '둥펑(東風·DF)-5C', 2019년 공개된 DF 41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 'DF-61' 등이 이날 첫선을 보인 가운데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