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태극마크를 단 첫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22, 묀헨글라트바흐)가 마침내 대표팀의 문을 열었다. 설렘과 긴장 속에서 홍명보호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그는, 빠르게 녹아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10일에는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 파크에서 멕시코와 격돌한다.
두 팀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23위)보다 높은 북중미 강호(멕시코 13위, 미국 15위)다. 실전 리허설 성격이 짙은 이번 원정 2연전에서 카스트로프의 등장은 더욱 눈길을 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영상 속 카스트로프는 태극마크가 새겨진 저지를 입고 홍 감독과 악수를 나눈 뒤,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몸을 풀며 자연스럽게 대화했다.
아직 한국어는 서툴지만, 그는 "알아듣는 단어와 반복되는 단어를 체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눈으로 보고 직접 말하는 거다"라며 꾸준히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특정 선수와의 만남보다는 "팀의 일원으로 잘 지내고 싶다"고 강조한 대목에서도 그의 진지한 태도가 드러났다.
2003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난 카스트로프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뒤셀도르프 유스를 거쳐 2015년 FC 쾰른으로 이적한 그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쾰른 유소년 대회 우승 당시 팀 내 유일한 16세 미만 선수였던 사실은 그의 잠재력을 방증한다.
이후 뉘른베르크 임대를 통해 프로 경험을 쌓았고, 지난 4시즌 동안 92경기 7골 9도움을 기록하며 주축으로 성장했다. 올여름 묀헨글라트바흐로 이적한 뒤에는 분데스리가 데뷔까지 마쳤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황인범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더욱 주목된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안정적인 빌드업과 넓은 활동 반경을 자랑하는 카스트로프가 누구와 중원을 구성하느냐가 홍명보호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카스트로프는 이제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장을 쓰기 시작했다. 첫걸음은 미국 원정이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는 빠른 적응과 함께 그라운드 위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팬들의 시선은 그의 발끝에 모이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