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동풍이 온누리를 떨게 만든다(東風浩蕩 威震寰宇·동풍호탕 위진환우).”
3일 천안문에서 펼쳐진 9·3 열병식 사회자는 둥펑(東風) 전략핵 미사일의 위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날 열병식은 오는 2027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를 건설하겠다는 이른바 ‘건군 100주년 분투목표’ 달성 시한을 2년 앞두고 펼쳐졌다. 미국을 겨냥한 신형 전략 무기를 대거 선보인 것이다.
열병식의 클라이맥스는 순항·극초음속·제1핵·제2핵 미사일까지 네 종류로 구성된 전략타격(ZL) 부대가 장식했다. 먼저 순항 미사일이 천안문을 지났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로 미국과 동맹국의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창젠(長劍)-20A, 잉지(鷹擊)-18C, 창젠-1000이 공군·해군·로켓군 기지에 실전 배치됐다.
극초음속 미사일 전력도 대거 보강했다.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잉지-21은 음속의 6배로 비행하며 명중 단계에서는 음속의 10배인 시속 1만2240㎞까지 가속하는 가공할 무기로 알려진다. 중국은 지난 2022년 4월 055형 구축함에서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현존하는 어떤 미사일 요격체계도 뚫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2019년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였던 둥펑-17은 활강비행을 위해 납작한 형태의 탄두가 특징이다. 사정거리 1800~2500㎞, 시속 6125㎞(마하 5)의 제원을 자랑한다. 최대 사거리 5000㎞로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둥펑-26D 개량형 미사일도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했다.
이어 지상 이동형과 고정식, 공중 및 수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 5총사가 뒤를 이었다. 전략 폭격기 훙(H)-6K에서 발사하는 공중 발사 탄도미사일인 징레이(惊雷)-1은 중국 핵 투사 능력의 공백을 메우면서 첫 등장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3는 기존 쥐랑-2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둥펑-61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019년 피날레를 장식했던 DF-41을 대체했다. 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BJ는 기존 둥펑-31AG에서 발전했다.
ICBM의 마지막은 3단 다탄두 미사일인 둥펑(DF)-5C가 차지했다. 사회자는 액체 연료를 주입하며 전 지구적 타격 범위를 갖췄다고 힘껏 강조했다.
중국은 강화된 미사일 요격체계도 내세웠다. 쑹중핑 홍콩 군사평론가는 “훙치(HQ) 19는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와 유사한 종말 고고도 요격체계”라고 소개했다. 또 “훙치-29은 미국의 SM-3와 유사한 중간단계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했다. ‘위성 사냥꾼’으로 불리는 훙치-29는 고도 500㎞의 미사일과 저궤도위성까지 요격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예행연습 단계에서 노출됐던 길이 18~20m의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 AJX002 4대도 전모를 드러냈다. 위장포로 덮여있던 잠수정은 HSU100로 밝혀졌다. 지난 2019년 길이 7.6m의 무인잠수정 HSU001에서 약 20m로 늘어났다. 이들 대형 무인잠수정이 서태평양 해협 심해에 배치될 경우 미국 핵잠수함에 치명적 무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자전의 암살자로 불리는 스텔스 정찰 드론 우전(無偵)-10도 눈길을 끌었다. 정찰과 공격을 겸비하는 우전-10은 1만4000m 고도에서 시속 620㎞로 20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3.2t의 무기를 탑재해 장거리 공격도 겸비한다. 그밖에 무인 포탑과 자폭 드론을 막기 위해 360도 자율 방어 시스템을 갖춘 99A형 전차도 선보였다.
올해 총지휘는 비교적 무명의 중장인 한성옌(韓勝延·62) 중부전구 부사령관 겸 공군사령관이 맡았다. 관례에 따르면 베이징을 관할하는 왕창 중부전구 사령관이 맡아야 하지만 그는 지난 7월 말 건군 98주년 리셉션에 불참하면서 낙마설이 나오고 있다. 이날 장안대가에 도열한 부대를 사열하는 시 주석은 각종 신무기로 세계 일류군대 건설의 꿈을 드러내면서도 시종 심각한 표정이었다. 부패에 취약한 중국군 수뇌부의 인사 난맥상이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