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눈물의 작별이었다. 9500만 유로라는 천문학적 몸값과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했던 브라질 윙어 안토니(25)는 결국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베티스는 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맨유와 안토니의 완전 이적에 합의했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라고 발표했다. 직전 시즌 임대 때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번 계약으로 다시 초록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안토니의 맨유 시절은 화려한 출발과 달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022년 여름,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부름을 받고 아약스에서 맨유로 이적한 그는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선수로 기록됐다. 9,500만 유로(약 1,542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가격표는 곧 압박으로 돌아왔다.
세 시즌 동안 그는 공식전 96경기에서 고작 12골에 그쳤다. 브라질 특유의 화려한 드리블과 개인기는 잦은 비판에 묻혔고, “값어치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결국 맨유 팬들에게 안토니는 ‘실패한 투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말았다.
올여름은 더욱 잔혹했다. 후벵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그는 프리시즌 미국 투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캐링턴 훈련장에서 홀로 땀을 흘리며 고립된 채 시간을 버텼다.
안토니는 “오직 가족만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안다. 혼자 훈련하던 시절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베티스 이적을 앞두고 안토니가 쏟아낸 이 말은 맨유에서의 지난 시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언젠가 다시 베티스로 돌아올 거란 믿음만 붙잡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돌아올 곳은 분명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임대로 베티스에서 뛴 안토니는 26경기에서 9골을 기록하며 UEFA 컨퍼런스리그 결승 진출까지 이끌었다. 활약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구단은 결단을 내렸다.
베티스는 고정 이적료 2200만 유로(약 357억 원)에 보너스 최대 300만 유로(약 48억 원)를 얹어 완전 영입을 성사시켰다. 여기에 맨유는 추후 재판매 시 50%를 가져가는 조건을 포함시켰다. 실속 있는 계약 구조였지만, 무엇보다도 안토니 본인에게는 ‘원하는 선택’을 현실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이적 확정 행사에서 안토니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이곳이 언제나 나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 마지막 날까지 기다린 이유도 그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세비야에 도착하자 팬들은 새벽 2시까지 그의 집 앞을 지켰다. 안토니는 “잠조차 잘 수 없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 관심과 애정이다. 여기서는 늘 그것을 느낀다”고 감격을 드러냈다.
맨유에서 고립된 청춘은 이제 베티스에서 새 출발을 맞이한다. 안토니는 “더 많은 걸 이루고 싶다. 베티스 유니폼을 입고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게 기다려진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