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메르코수르 FTA 비준 절차…농업국 달래기
농산물 시장 보호장치 마련…반대하던 프랑스 "검토해 보겠다"
(베를린 파리=연합뉴스) 김계연 송진원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에 들어갔다고 유로뉴스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회원국들에 협정안 승인을 요청하면서 역내에서 소고기와 가금류 등 민감한 품목과 관련해 시장 교란이 발생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회원국 1곳에서 수입량이 10% 증가하거나 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세이프가드(수입제한조치)를 검토하고 회원국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63억유로(약 10조2천억원) 규모의 기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세이프가드를 어떻게 발동할지 별도 법안으로 구체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보호장치는 농업 비중이 큰 나라들이 협정에 찬성하도록 달래기 위해서다. 프랑스와 폴란드·이탈리아 등은 EU 식품안전 기준에 못 미치는 저가·저질 농산물이 유입돼 자국 농민이 피해를 본다며 협정에 반대해 왔다. 환경단체들도 남미의 농산물·원자재 수출이 늘면 아마존 삼림이 파괴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로랑 생마르탱 프랑스 대외무역 담당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발표엔 농산물에 대한 강화된 안전장치 조항 원칙이 포함돼 있다"며 EU의 제안을 상세히 검토해 보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아르노 루소 프랑스 전국농민연맹 회장은 전날 "프랑스의 농업 생산이 이 협정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건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유럽에서 금지된 성장 촉진제나 호르몬 등으로 제조된 제품이 유럽으로 수입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 우리에게 싸움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FTA에 찬성한다. 미국 관세로 인한 수출 타격을 상쇄하고 리튬 등 핵심광물 수입에 중국 의존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5%인 EU산 자동차 관세는 15년에 걸쳐 없애기로 돼 있다. 스페인도 와인과 올리브 수출에 도움이 된다며 찬성하는 입장이다.
EU와 남미공동시장은 25년 협상 끝에 지난해 12월 FTA 체결에 합의했다. EU는 농산물 등 일부를 제외하고 수입품의 92%, 남미공동시장은 91%에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EU는 FTA가 발효되면 연간 40억유로(약 6조5천억원) 넘는 관세를 아끼게 된다고 추산했다.
남미공동시장은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의 경제공동체다. EU 27개 회원국과 합치면 인구가 약 7억명, 경제생산량은 전세계의 약 20%다.
EU는 이날 EU산 농산물 관세를 추가로 철폐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EU·멕시코 무역협정 개정안도 회원국들에 승인을 요청했다.
EU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 보호무역 정책에 대비해 남미공동시장·멕시코와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유럽 언론들은 미국 관세와 중국발 원자재 갈등 등으로 교역 상대 다변화에 공감대가 커진 만큼 협정이 결국 비준될 걸로 내다봤다.
협정이 발효되려면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15개 이상 회원국이 찬성하고 유럽의회도 의결해야 한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자국이 여전히 남미공동시장과 FTA에 반대하지만 함께 저지할 파트너가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무역단체와 논의해보고 찬성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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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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