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를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가 ‘전승 80주년’을 맞은 3일 항일전쟁 시기 중국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을 강조한 기념 공연을 관람했다.
시 주석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약 100분간 공연 ‘정의필승’(正義必勝) 을 함께 봤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외국 정상들과 열병식·리셉션을 함께한 데 이어 마지막 일정은 항일전쟁 노병(老兵)과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당 간부들과 함께 보냈다.
‘정의필승’은 2015년 전승절 70주년 당시 시 주석의 연설 마지막 문장에서 따온 제목으로 “우리는 역사가 알려준 위대한 진리를 함께 새겨야 한다. 정의필승, 평화필승, 인민필승”이라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공연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기에 중국 인민이 벌인 무장투쟁과 공산당의 지도력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했다. 이날 오전 열린 열병식에서도 헬기 편대가 ‘정의필승’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지상 병력은 해당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중국중앙TV(CCTV)를 통해 생중계된 이 공연은 뮤지컬 형식으로 꾸며졌다. 국민당군에 쫓기던 공산당이 옌안(延安)에서 근거지를 세우는 과정, 1940년대 일본군과 맞서 싸운 희생과 승리의 서사를 담았다.
중국은 10년 전 전승 70주년 기념 행사 때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연합, 즉 ‘국공합작’을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8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공산당의 ‘단독 승리’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항일전쟁의 상당 부분이 국민당군의 힘에 의존했다는 기존 역사 인식 대신, 공산당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민족 부흥을 이끌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의 공산당의 역할을 부각하는 것은 대만·남중국해 등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초강대국’으로서 자국 서사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