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외교관이에요. 외교관은 인간관계가 중요한 만큼 전교생과 더 깊게 사귀며 꿈을 키우고 싶어요.”
지난달 28일 경기도 안양시에서 제주도로 유학 온 김건후(창천초4)군의 말이다. 여름방학 전까지 김군이 다니던 안양의 학교는 전교생이 1470명이었다. 반면 김군이 유학 온 서귀포시 창천초등학교는 전교생이 46명뿐이다. 이번에 김군 등 유학생 11명이 전학 오면서 전교생이 57명으로 늘었다.
창천초는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2학기부터 처음 실시한 농어촌유학 시범사업 학교다. 타 지역 초등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제주에 내려와 학교에 다니며 농어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6개월 동안 학교 수업을 받으며 농어촌 생활을 체험한다.
이날 김군의 동생 김아랑(창천초1)양은 오빠와 함께 학교 텃밭에서 키운 바질 따기 체험을 했다. 남매는 “친구들이 키운 고마운 바질을 피자 위에 올려 먹고 싶다”고 했다. 두 자녀를 데리고 제주로 온 학부모 양선희(52)씨는 “아이들이 잘 적응하면 6개월 시범사업 이후에도 더 살아보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엔 창천초를 비롯해 귀덕초·송당초 등 초등학교 8곳이 참여했다. 모두 전교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다. 유학생은 서울 등 7개 시·도에서 31가구 49명이 선정됐다. 김효순 창천초 교장은 “1976년엔 전교생이 352명이었는데 지난 2000년 들어 100명 이하로 줄었다”며 “(이번 사업으로)교실이 다시 북적이길 기대한다”고 했다.
제주도교육청은 내년부터는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생 정서 안정을 고려해 ‘가족 체류형’ 모델로 추진하며, 주거비로 가구당 월 30만원(자녀 1인당 10만원 추가 지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