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중국 축구가 어디까지 추락하는 걸까. '역대 최강'이라 외치던 중국의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95위에 불과한 동티모르를 상대로 진땀승을 거뒀다.
중국 U-22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중국 시안 국제 축구센터에서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동티모르를 2-1로 힘겹게 꺾었다.
경기 전만 해도 중국 내에선 낙승을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아무리 중국 축구가 최근 부침을 겪고 있다지만, 동티모르는 최약체 수준이기 때문.
심지어 중국 축구협회는 이번 대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중국 슈퍼리그(CSL)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핵심 공격수 왕위둥을 비롯한 저장 FC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조절하기 위해 저장과 톈진의 경기를 무려 10일나 앞당긴 것. 이 때문에 8일간 3경기를 치르게 된 톈진은 급하게 일정 조정에 나섰고, 상하이 포트의 배려로 일정을 하루 미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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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리그까지 희생시켜가면서 온 힘을 집중한 중국.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흐름은 중국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중국 공격은 날카로움이 부족했고, 동티모르에 역습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고전하던 중국은 전반 42분 마침내 선제골을 터트렸다. 수비가 머리로 걷어낸 공을 바이허라무가 밀어넣은 것. 그리고 3분 뒤 왕위둥이 수비를 돌파하고 득점하며 2-0을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후반 7분 동티모르에 만회골을 허용하며 한 골 차로 쫓기게 됐다. 설상가상 형편없는 결정력으로 달아날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골키퍼 리하오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후반 18분 동점골을 얻어맞을 뻔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은 남은 시간 더 이상 득점하지 못했고, 2-1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챙긴 데 만족해야 했다. 같은 조의 또 다른 경기에선 호주가 북마리아나를 무려 14-0으로 대파했기에 더욱 비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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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중국 축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당연히 가볍게 꺾을 것이라고 생각한 동티모르를 상대로 턱끝까지 추격당했기 때문. 특히 현재 중국의 U-22 대표팀은 '황금 세대'로 불릴 정도로 중국 내에서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비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중국 '넷이즈'는 "역대 최강 U-22 대표팀? 동티모르 파문으로 중국 언론인들 사이에선 일제히 불만이 터졌다"라며 "이번 대표팀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U-22 대표팀으로 여겨진다. 9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 조 1위 경쟁이 예상됐고, 첫 두 경기에서 충분한 골득실을 얻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중국은 매우 힘든 경기를 펼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체는 "동티모르 성인 대표팀의 FIFA 랭킹은 195위다. 중국은 94위다. 게다가 동티모르 U-22 대표팀엔 프로 선수가 한 명뿐이고, 전체 인구 수도 140만 명에 불과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으로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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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아마추어 선수들을 상대로 겨우 이긴 중국. 넷이즈는 "많은 패스 실수와 무실점 실패. 아마추어에 가까운 경기력이었다"라며 "비록 승점 3점을 얻긴 했지만, 공수 양면에서 실수가 많았다. 이번 경기 성적은 완전히 낙제점"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U-22 대표팀과 동티모르 U-22 대표팀의 어마어마한 몸값 차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매체에 따르면 동티모르 대표팀은 여러 선수가 몸값조차 없으며 팀 전체를 합쳐도 62.5만 유로(약 10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대표팀의 몸값은 690만 유로(약 112억 원)이며 왕위둥 혼자서 150만 유로(약 24억 원)를 자랑한다.
왕위둥의 시장가치만 해도 동티모르 대표팀 전체의 두 배가 넘는 상황. 그럼에도 중국은 졸전을 피하지 못하며 실망을 안겼다. 중국의 한 언론인은 "이 중국 팀은 '3무' 팀이다. 속도도 협력도 투지도 없다"라고 신랄하게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