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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환대에 '미군 존속' 약속 받아낸 폴란드 대통령

연합뉴스

2025.09.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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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상공서 순직한 폴란드 조종사 추모비행
트럼프 환대에 '미군 존속' 약속 받아낸 폴란드 대통령
백악관 상공서 순직한 폴란드 조종사 추모비행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따뜻한 환대와 함께 폴란드 주둔 미군을 철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한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양쪽 어깨를 두드리며 꽤 길게 대화했다. 이어 미군 전투기들이 백악관 상공에서 '미싱 맨' 편대를 그리며 비행했다. 전투기 1대가 고도를 높이며 편대를 이탈하는 이 비행은 순직한 조종사 추모 예식으로 쓰인다. 지난달 28일 에어쇼 연습비행 도중 전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폴란드 공군 마치에이 크라코비안 소령을 추모하는 뜻이었다.
백악관 집무실로 자리를 옮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폴란드에서 군인을 철수한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결코 없다"며 "폴란드가 원하면 더 많은 군인을 두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출범한 이후 유럽에 배치된 미군 규모와 주둔지를 조정할 거라는 관측이 여러 경로로 제기됐다. 유럽이 미군 철수와 그로 인한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가운데 폴란드에는 미군을 더 배치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에 따르면 미군 유럽사령부 산하 미군 8만4천명 가운데 폴란드 주둔 병력은 1만4천명으로 독일(3만8천700명) 다음으로 많다. 폴란드에서는 나브로츠키의 이번 미국 방문을 앞두고 현재 미군 규모를 유지만 해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이례적인 환대와 미군 주둔 약속에는 폴란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분담 요구를 가장 잘 따르는 점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추정치는 올해 4.48%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4%를 넘겼다. 내년에는 대규모 적자예산을 감수하고 국방비 비중을 4.8%까지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서는 미군 철수를 비롯한 안보 현안이 지난 5∼6월 대선의 핵심 쟁점이었다. 아마추어 복서이자 민족주의 성향 역사학자 출신인 나브로츠키는 미국과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안보를 지키겠다고 공약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브로츠키는 선출직이 처음인 정치신인이지만 이민 강경책 등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트럼프와 뜻이 맞는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백악관에 찾아가 함께 사진을 찍은 뒤 선거전에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5월말 결선투표를 앞두고 폴란드 야시온카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을 보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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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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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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