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가평소방서 앞에 이런 내용을 담은 현수막 2개가 나란히 걸렸다. 지난 7월 내린 집중호우로 실종됐던 이들의 유가족과 지인들이 설치한 것이다.
이 중 한 현수막은 캠핑 중 토사와 급류에 휩쓸렸던 A씨(40대) 유가족이 지난달 29일 설치했다. A씨 부부와 아들 2명은 지난 7월 20일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의 캠핑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큰아들(17)만 구조됐고, 다른 가족들 시신이 소방당국 등에 의해 실종 당일과 7월 23일, 같은 달 31일 각각 수습됐다. A씨의 유가족은 가평소방서와 가평경찰서 앞에 감사 현수막을 걸었다. “실종자 수색에 도움을 주신 숭고한 헌신과 사명감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가평소방서 소방관님들의 건강과 안전을 간절히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가평군 조종면과 상면 행정복지센터에 쿠키 상자를 전달했다. 상자엔 “베풀어 주신 따뜻한 도움 덕분에 무사히 상례를 마쳤다. 마음속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적었다. 22일엔 가평군청에 200인분의 커피 차량을 보냈다.
A씨 유가족은 3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색 기간 많은 분이 고생하셨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가족들끼리 상의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서와 경찰서에도 커피차를 보내려고 했는데 두 기관 모두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전해 대신 현수막을 걸었다”며 “가평군청도 ‘커피차를 안 받겠다’고 했지만 ‘우리 가족들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제발 받아달라’고 설득해 겨우 전달했다”고 말했다.
A씨 유가족들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도 감사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우리 가족이 깊은 슬픔 속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지속되는 폭염과 누적된 피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수색해 주시고 위로해 주신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썼다. 또 “수색 기간이 길어지는데도 (실종자를) 찾아내지 못한 미안함을 숨기지 못하던 대원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여러분이 있어서 정말 든든했다. 수색에 참여한 모든 분께 너무 감사하다. 따뜻한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7월 20일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20일 만에 발견된 B씨(50대 남성) 유가족도 지난달 20일 가평소방서 앞에 현수막을 걸었다. "(고인이) 우리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밤낮으로 애써주신 소방대원, 경찰, 공무원, 의용소방대, 지역 주민께 감사하다.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잘 영접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B씨 유가족은 "가평 곳곳에 10개 정도 현수막 걸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해드릴 것이 없어서 현수막을 걸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 7월 20일 가평군 상면 덕현리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는 지난달 9일 소방당국에 의해 가평군 청평면 북한강 강가에서 실종 20일 만에 발견됐다. B씨의 시신을 끝으로 소방당국은 집중호우로 실종된 4명의 시신을 모두 찾았다.
앞서 유가족들은 직접 가평소방서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A씨 유가족은 지난달 13일, B씨 유가족은 같은 달 22일 가평소방서를 방문했다. 가평소방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재난과 폭염 등으로 힘든 수색 활동이었지만 가족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큰 위로와 격려가 됐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0일 내린 집중호우로 경기 북부에서만 총 8명(가평 7명, 포천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재민은 88가구 137명, 재산 피해가 6532건(1828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