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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강·영산강도 녹조 비상…폭염에 올여름 조류경보 '최다' [기후위기, 물이 아프다]

중앙일보

2025.09.03 13:00 2025.09.04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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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제거선 등이 소양호 상류에 발생한 녹조를 제거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지난달 28일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 상류에 있는 소양호.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물 위에서 녹조제거선이 녹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2023년 이후 3년 연속 소양호에 녹조가 창궐하면서 어선들까지 녹조 억제를 위해 동원됐다.

어민 심영인(71)씨는 “주변에서 고랭지 재배할 때 농약과 비료를 엄청나게 뿌리는 데 우기에 비가 한 번 쏟아지면 전부 소양호로 유입된다”며 “이 물이 결국은 한강을 따라 서울까지 가는 데 녹조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류경보 20년 이후 최다…영산강 주암호도 14년 만에 발령

녹조제거선이 소양호 상류에서 빨아들인 녹조의 모습. 천권필 기자
녹조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철 폭우와 폭염 강도가 세지면서 강·호수에서 녹조가 번성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올해 환경부의 조류경보 발령일수를 분석한 결과, 8월 말까지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29개 지점(상수원 28곳·친수구역 1곳)에서 총 412일의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재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고,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1.4배 수준이다. 조류경보제가 확대 시행된 2020년 이후로는 최다 기록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상대적으로 녹조 청정지대로 여겨졌던 한강(14일), 영산강(15일)에서도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광주·전남 식수원인 영산강 주암호에 조류경보가 내려진 건 2011년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관계자는 “녹조가 없는 심층에서 취수해 정수장에 공급하고 있어서 수돗물 수질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내려진 지난달 26일 전남 순천 송광면 주암호 신평교 지점 전경. 광주·전남 식수원인 주암호에 조류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1년 이후 14년 만이다. 연합뉴스



한강도 위험 “폭우로 ‘녹조 먹이’ 유출”

수도권 2000만 인구의 식수원인 한강 역시 녹조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한강 서울 관통 구역(성수·한남·마포대교 지점)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 여름철 녹조를 만드는 유해 남조류(남세균) 농도가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가뭄으로 인한 이례적 대발생 시기(2015·2018년)를 제외하면, 2010년대에는 남조류 농도 최고치가 3000cell/ml를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 5000cell/ml을 넘기기 시작해 지난해와 올해는 연속으로 9000cell/ml에 근접했다. 지난 4일 한남대교 지점에선 8829셀/ml까지 치솟았다.

소양호 상류에 발생한 녹조를 억제하기 위해 동원된 어선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천권필 기자
전문가들은 여름철 폭우와 폭염의 강도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 사이 여름철 서울 폭염일수는 2014년 9일에서 올해 27일로 3배로 늘었다. 일 강우량 30㎜ 이상 집중호우가 나타나는 비중도 2014년엔 15.4%에서 올해 20.6%로 커졌다.

보통 장맛비는 녹조 발생을 억제하지만, 폭우는 '녹조 먹이'인 영양염류(인·질소)를 강으로 유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녹조는 먹이(영양염류)가 풍부하고 햇빛이 강할 때 번성한다.

김자연 오하이오주립대 보건대학 박사후연구원은 “최근 10년 사이 여름철 강수량이 증가할수록 (녹조 원인물질인) 총인(T-P)도 증가 양상을 보였다”며 “특히 한강에서 인 농도가 강수량에 의해 증가하는 양상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녹조의 관계를 연구한 최근재 서울대 기후연구실 연구원도 집중호우로 인해 한강의 수위가 급상승한 이후 폭염이 찾아와 수온이 오르면 남세균을 포함한 조류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녹조와 온실가스 악순환 “오염원 유입 막아야”

이화여대 연구팀이 한강 행주대교 지점에서 채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문제는 번성한 녹조가 한강을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만들어 기후변화를 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연구팀이 7월 25일 서울 행주대교에서 채수한 한강 물을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분압 3783.55 µatm)·메탄(1497.83nmol/L)·아산화질소(48.56nmol/L) 모두 자연 하천 평균치보다 매우 높게 나왔다. 한강이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로 녹조 발생이 더 빈번해지면 식수원 안전에 대한 위협도 커질 수 있다. 영남 식수원인 낙동강의 경우, 수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조류경보 발령일수가 최대 45일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정세웅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녹조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려면 미처리 하수 등 오염원 유입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유역별로 인과 질소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천권필.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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