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가 지난달 25·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사회적가치 페스타는 기업·학계·시민 등 여러 주체가 모여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사회적가치 연결 플랫폼인 SOVAC을 비롯해 SK텔레콤·현대해상·카카오임팩트·코이카·SM C&C·루트임팩트·임팩트스퀘어·코엑스·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하고, 국무조정실·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한국경영학회가 후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올해 행사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다’였다. 사회혁신 솔루션을 가진 기업과 기관 300여 곳이 각자 전시부스와 세션을 열고, ▶기후위기 ▶지역소멸 ▶디지털 격차▶저출생·고령화 ▶미래세대 지원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과제의 해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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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치 평가, 5년 후 ‘뉴 노멀’이 온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영상 개회사에서 “우리 사회는 복합적인 사회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문제를 만들어 낸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문제해결 성과를 낸 주체에게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제공하는 사회적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정교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초청 행사로 진행된 ‘리더스 서밋’에는 기업·시민사회·정부·미디어 분야 주요 인사 350여 명이 참석해 최 회장이 제시한 ‘사회성과 측정’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는 최신 글로벌 동향과 일본, 유럽 등 해외 사례도 공유됐다. 크리스티안 헬러 밸류밸런싱얼라이언스(VBA) CEO는 “국제기구와 금융 분야의 흐름을 보면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환경적 임팩트를 화폐화해 기업 가치에 반영하는 방식이 앞으로 5~8년 후 기업 경영의 ‘뉴 노멀’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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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 ‘사전 인센티브’로 속도 높인다
이번 사회적가치 페스타에는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카카오임팩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40여 개의 전문세션과 스페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각자의 사회문제 해결 사례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탄소중립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환경보호크레딧(EPC)’을 주제로 한 세션을 개최했다. EPC는 미래 탄소감축 성과를 예측해 미리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최태원 회장이 2021년 처음 제안한 아이디어다. EPC가 실현되면▶기후기술 기업은 조기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투자자는 탄소감축 성과에 기반한 수익을 확보하며 ▶정부는 민관협력을 통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가까워질 수 있어 궁극적으로 탄소감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세션에는 정부, 투자사, 기후테크 기업 등 150여 명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현재 탄소시장의 문제점을 짚고, EPC 제도의 국내 적용 방안을 논의했다.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오늘 논의를 통해 EPC 실현을 위해서는 민관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우선 클린에너지와 전환금융 분야에서 EPC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성과를 만들고, 정부가 이를 준제도권으로 편입해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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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200조 자산, 사회투자로 움직여야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공익법인의 사회투자 확대 가능성과 제도적 장벽에 관한 세션을 열었다. 김시원 더버터 편집장은 "새로운 기부자들, 특히 창업가 출신 기부자나 2040세대 고액기부자들의 경우 자신이 낸 기부금이 회수-재투자 형태로 여러 번 사회문제 해결에 쓰이게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 것"이라며 “공익목적 투자 활성화가 장기적으로 전체 기부 생태계의 파이를 키우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YSC와 메트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주제로 세션을 개최했다. 두 기관은 금융 포용, 일자리창출, 포용적 헬스케어 분야 솔루션 기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인클루전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소셜벤처들과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설계하며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을 실현해 왔다. 이날 세션에서는 정신건강을 중심으로 한 오픈이노베이션 사례가 소개됐다.
카카오임팩트는 행사가 진행된 이틀 동안 ‘돕는 AI’를 주제로 11개 세션을 개최하고 환경·의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AI 기술을 소개했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은 “꼭 세계적인 기술이 아니더라도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며 ‘돕는 AI’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이번 페스타에는 이틀 간 시민 1만여 명이 다녀갔다. SK하이닉스의 ‘AI 포 임팩트’, 임팩트스퀘어의 ‘한국·일본의 투자 생태계는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사단법인 온율의 ‘법률가와 사회적 가치 조직, 함께 만드는 제도 변화’ 등 세션도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사회적가치 페스타는 기술과 파트너십, 공감과 실행을 한데 모아 협력하는 열린 플랫폼”이라며 “기업·정부·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모아 향후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