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뭐 이런 투수가 다 있나 싶다. 만루 홈런을 맞고 포수한테 화풀이한 투수가 고의가 아니라고 했지만 사과를 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좌완 투수 프람버 발데스(32)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발데스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다이킨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8피안타(2피홈런) 1볼넷 8탈삼진 6실점으로 난타당했다. 휴스턴이 1-7로 패하면서 발데스는 시즌 8패(12승)째를 당했고, 평균자책점도 3.18에서 3.40으로 올랐다.
4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5회 만루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2사 만루 위기에서 트렌트 그리샴을 상대로 2구째 싱커를 던졌지만 한복판에 몰린 실투가 됐고,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2구째 공을 던지기 전에 포수 세자르 살라자르(29)가 손짓을 하며 투구판에서 발을 빼고 다음 공을 던지라는 사인을 보냈지만 그대로 투구 동작에 들어간 뒤 만루포를 허용했다. 포수는 커브를 요구했지만 싱커를 던져 맞았다.
문제는 그 다음 장면이었다. 홈런을 맞은 뒤 화가 났는지 발데스는 포수의 사인을 무시하다시피했다. 다음 타자 앤서니 볼피 상대로 초구 볼 이후 2구째 싱커를 던졌는데 사인 미스로 포수 살라자르가 공을 잡지 못했다. 스트라이크로 판정됐지만 시속 92.8마일(149.3km) 강속구가 살라자르의 가슴 보호대를 강타했다. 두 선수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MLB.com’에 따르면 발데스는 5회 이닝 종료 후 덕아웃에서 살라자르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살라자르가 피치컴으로 커브 사인을 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발데스는 “난 싱커를 콜했고, 서로 엇갈렸다. 덕아웃에 내려가 살라자르에게 사과했고, 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고 밝혔다.
피치컴 버튼을 살라자르가 누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구종 사인을 보냈는지에 대해 발데스는 “내가 사인을 보낼 필요는 없었다. 내가 던지고 싶었던 공을 던졌다. 살라자르는 커브를 요구했지만 난 이미 싱커를 던질 생각이었고, 그러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고 설명했다.
발데스는 라커룸에서도 살라자르와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눴고, 조 에스파다 휴스턴 감독과도 감독실에서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했다. 발데스는 “경기 중 일어난 일이고, 일부러 동료를 해치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대화를 통해 풀었고, 우리는 괜찮다”고 말했다.
[사진] 포수 세자르 살라자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LB.com은 ‘지난해 5월21일 LA 에인절스전에도 발데스는 포수 야이너 디아즈의 게임 플랜을 따르지 않은 것을 인정했고, 그 경기에서 9실점했다. 이후 에스파다 감독은 7경기 동안 발데스를 다른 포수와 배터리로 묶었다’며 발데스가 포수 사인에 불만을 드러낸 게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디애슬레틱’도 ‘발데스는 어려울 때 드러나는 성향에 더 큰 물음표를 남겼다. 이미 올 시즌 한 차례 수비 위치 설정에 불만을 드러내며 에스파다 감독과 비공개 대화를 한 바 있다’며 예비 FA 자격을 앞두고 발데스의 이 같은 감정 조절 능력 부재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등 8시즌 통산 80승을 기록 중인 발데스는 검증된 선발 자원이다.
살라자르는 “발데스와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다. 볼피 타석에선 만루 홈런 이후 구장이 너무 시끄러워 피치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버튼을 잘못 눌렀고, 난 다른 구종을 예상하고 있었다. 단순히 잘못 누른 것이었고, 그게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만루 홈런을 맞을 때 발데스에게 마운드에서 발을 떼라는 신호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살라자르는 “우리는 구종을 조율하고 있었고, 발데스가 발을 떼길 바랐다. 피치 클락이 실제보다 적게 남은 줄 알았다”고 밝혔다.
발데스는 “살라자르는 내 동료다. 항상 함께하고 있다. 절대 나의 동료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 이번에는 실수로 엇갈렸고, 실수로 맞힌 것이다”며 고의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