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꿈에 그리던 분데스리가 입성이 눈앞에서 무너졌다. 오현규(24, KRC 헹크)의 슈투트가르트 이적은 결국 ‘메디컬 문제’라는 명분 속에 끝내 불발됐다.
독일 빌트는 2일(한국시간)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의 영입을 철회했다. 이유는 메디컬 테스트 불합격”이라면서 "해당 사실이 알려지고 오현규의 에이전트가 급히 구단 클리닉으로 달려갔으나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양측은 거의 합의 직전이었다. 슈투트가르트는 2500만 유로(약 406억 원) 이상 투자할 준비가 돼 있었고, 계약 기간도 2030년까지 논의됐다. 벨기에 현지 언론은 헹크가 최대 2800만 유로(약 454억 원)를 원한다고 전하며 “역대급 이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막판에 모든 게 무너졌다. 독일 현지에서는 오현규가 2017년 수원 삼성 유스 시절 당했던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고, 지금까지도 십자인대 없이 뛴다. 특이한 이력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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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셀틱과 헹크, 대표팀에서 꾸준히 정상적으로 활약해온 오현규에게 갑작스럽게 ‘리스크’ 딱지를 붙이는 건 설득력이 부족했다. 벨기에 매체 HBVL은 훨씬 직설적이었다. “헹크와 슈투트가르트는 역대 최고액 이적료에 합의했지만 단 하루 만에 협상은 깨졌다. 겉으로는 메디컬 문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슈투트가르트가 가격을 깎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실제로 슈투트가르트는 막판에 임대 후 완전 이적 옵션, 혹은 이적료 삭감을 요구했다. 하지만 헹크는 단호했다. 자체 메디컬 테스트에서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고, 오현규는 지난 1년 동안 벨기에 리그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검증을 끝냈다.
키커 역시 “슈투트가르트는 2000만 유로 수준을 원했지만, 헹크는 2800만 유로를 고수했다.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무릎 문제는 큰 걸림돌이 아니다. 오현규는 최근 몇 년간 정상적으로 뛰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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헹크는 전혀 급할 게 없었다. 이미 주전 공격수 톨루 아로코다레를 울버햄튼에 클럽 레코드 금액으로 매각했고, 유망주 유세프 에라비를 영입하며 공격 옵션을 확보했다. 토르스텐 핑크 감독은 “오현규는 우리 팀의 확실한 주전 공격수”라며 믿음을 보냈다.
구단 성명에서도 “원칙적 합의는 있었으나 조건 차이로 결렬됐다. 오현규는 다시 팀에 합류한다”며 사실상 슈투트가르트를 겨냥한 불만을 내비쳤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당사자인 오현규였다. 그는 이미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독일까지 건너갔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조차 “오현규에 약간의 움직임이 있다”며 출국 일정을 늦췄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현규는 ‘빅리그 입성 문턱’에서 돌아와야 했다.
슈투트가르트의 태도는 분명 오현규에게 상처로 남는다. 그러나 이번 사가에서 드러난 건 그의 ‘몸값’이었다. 2000만~2800만 유로라는 금액은 벨기에 리그를 넘어 유럽 전역에서 그의 능력이 평가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더 이상 ‘가능성 있는 유망주’가 아닌, 당장 분데스리가 구단들이 수천억 원을 투자하려는 공격수로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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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5-2026시즌 오현규는 다시 헹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번 불발은 끝이 아니다. 벨기에 무대에서 골을 쌓고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면, 그의 이름은 다시 분데스리가 혹은 프리미어리그 이적 시장의 중심에 오를 수 있다.
거기다 지난 시즌과 달리 완전히 주전 공격수로 시즌을 치룰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아로코다레가 떠난 상황이기에 오현규는 꾸준히 주전 자리를 보장받고 있다. 실제로 경기 내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충분히 안정적이기에 현 상황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다.
좌절은 있었지만, 오현규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그가 얼마나 주목받는 선수인지, 그리고 유럽 시장에서 이미 확실한 가치를 지닌 스트라이커임을 확인시켜줬다. 빅리그 입성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 지금의 좌절은 더 큰 기회를 위한 준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