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벼랑 끝 가을야구 순위 싸움을 이토록 치열하게 펼쳐본 적이 있었을까. 롯데 자이언츠는 이제 이 압박감을 극복해 내는 게 잔여 시즌 관건이 됐다.
롯데는 지난 3일 수원 KT전에서 9회 8-9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박찬형의 끝내기 실책이 나왔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6위로 추락했다. 12연패 이후 5승 2패 1무로 반등하는 듯 했지만 다시 2연패를 당했다. 매일 순위가 요동치는 중위권 싸움에서 시즌 초반 이후 처음으로 5위 밖으로 나왔다. 롯데가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은 4월 10일(6승 9패 1무, 7위) 이후 처음이다.
이날 롯데는 에이스 알렉 감보아가 경기 초반 제구 난조에 허덕이면서 3실점을 했다. 이후 추격을 했지만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5회와 6회 연달아 실점 하면서 2-7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그러나 롯데는 모처럼 타선의 응집력으로 7회초 6득점에 성공하면서 8-7로 역전했다. 이어진 7회말 곧바로 동점을 허용한 뒤 9회 마무리 김원중이 올라왔지만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장진혁의 땅볼 때 3루수 박찬형의 홈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중대한 고비라고 생각했던 LG, KT, SSG와의 수도권 4연전 중 이미 2경기를 패했다. 특히 KT와의 경기 패배는 더욱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롯데는 8월까지 가장 많은 127경기를 치르면서 잔여경기 돌입 시점,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잔여경기 일정이 시작되는 9월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체력 관리도 하고 선발진도 정예 전력으로 나설 수 있었다. 그런데 12연패 이후 순위가 추락하면서 롯데는 경기를 계속 이겨야 하는 입장이 됐다. 되려 압박감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잔여 경기 대부분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다. 이제 롯데는 15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현재 롯데 선수단에서 지금의 순위 경쟁 압박감을 경험해 본 선수들이 거의 없다는 것. 기본적인 실력도 전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경험까지 부족하다. 가장 최근 가을야구가 2017년이다. 당시에는 후반기 대약진을 펼치며 승승장구, 3위까지 치고 올랐다. 특히 4위 NC와 매일 엎치락뒤치락 순위 싸움을 펼쳤고 정규시즌 최종전에서야 3위가 확정됐다. 당시 이대호, 최준석, 손승락(은퇴), 강민호(삼성), 손아섭(한화) 전준우 등의 베테랑들과 가을야구를 경험해 봤던 선수단이 주축이었고 흐름을 타고 가을야구로 향했다. 현재 팀에 남은 선수는 전준우와 정훈 정도에 불과하다. 투수진에서는 박세웅과 김원중 정도가 당시 가을야구 멤버였지만 어린 축이었다.이후 롯데는 8~9월, 치열한 순위 경쟁의 소용돌이를 겪어본 적이 없다. 8월부터 하위권에서 희망을 갖고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국 뒤집지 못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였기에 순위를 뒤집지 못해도 이해가 가능했다.
올해는 다르다. 4월 이후 줄곧 상위권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잘 지켜왔다. 선두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4위 아래의 팀들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었다. 롯데는 3위라는 그들만의 섬에서 페이스 관리를 하면, 순위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12연패에 빠지면서 선수단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안 그대로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단인데, 주장인 전준우까지 부상을 당해 선수단에서 빠졌다. 주장 전준우의 부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 몰랐는데, 결과적으로 구심점과 의지할 곳 없는 선수단은 와르르 무너졌다. 여유 있는 시즌이 될 줄 알았는데 이제 매 경기 압박감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다행히 전준우는 이번 주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복귀 시점이 정해질 전망이다.공교롭게도 순위 경쟁을 치르는 SSG, 삼성, KT 그리고 NC, KIA까지. 롯데와 달리 9월의 압박과 부담감에 익숙한 팀들이다. 모두 최근 5시즌 이내 가을야구 경험을 했다. NC(2020년), KT(2021년), SSG(2022년), KIA(2024년)은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 팀들이고 삼성 역시도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치러본 바 있다. 특히 KT는 2021년 1위 결정전, 지난해 5위 결정전을 모두 치러본 가을야구 고수다. 다른 구단들도 9월 이 시점, 상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는 그동안 9월의 압박감과 멀리 떨어져 있던 팀이다. 어린 선수단의 경험 부족이 9월에 더욱 와닿게 됐다. 김태형 감독이 그나마 승부사 기질로 지금의 순위까지 이끌었지만 선수단의 경험 부족과 부담까지 통제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