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한국 야구의 전설' 박찬호가 로스엔젤레스(LA) 후배인 손흥민(33, LAFC)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박찬호는 4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기 결과에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경기장에 도착할 때쯤부터 수많은 우리 한인들의 모습들이 보였다. 경기장 안에는 검정 손흥민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한인들의 모습에 꼭 'K-pop' 콘서트장인 듯 느껴질 정도였다"라며 LAFC와 샌디에이고 FC의 경기를 직관한 모습을 공유했다.
이어 그는 "대단하고 훌륭한 국위선양이다. 경기장 안에는 곳곳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나의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기억들과 감동들 그리고 흐뭇함들이 스쳐지나갔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LA 다저스에서 활약했다. 당시 그의 활약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겼다. 박찬호는 '코리안 특급'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국인 최초 MLB 100승 달성, MLB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사진]OSEN DB.
종목은 다르지만, 손흥민을 보며 30여년 전 자신을 떠올린 박찬호. 앞서 손흥민이 LA 다저스 시구를 맡기도 했다. 박찬호는 "오래전에 수많은 우리 한인들이 'PARK' 블루유니폼을 입고 야구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던 모습이 기억났다. 감동스럽고 고마운 그 시간들을 잊지 못한다"라고 되돌아봤다.
또한 박찬호는 "우리 아이들이 손흥민을 응원하며 기뻐한다. 우리 아이들도 한국 사람이라는 동질감으로 손흥민을 응원하고 그의 존재가치를 배우며 한국의 긍지와 각자의 미래에 꿈을 그리게 된다. 참 특별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한 명의 스타선수는 사람들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동질감의 기쁨을 준다"라고 덧붙이며 손흥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LAFC는 박찬호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챙기진 못했다. LAFC는 지난 1일 미국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서부 컨퍼런스 29라운드 홈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FC에 1-2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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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LAFC 홈 데뷔전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LAFC는 전반 14분 드니 부앙가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이후 두 골을 허용하며 역전패하고 말았다. 손흥민도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골대 불운과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오늘은 정말 특별했다. 팬들이 정말 대단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오늘 팬들은 한 골이나 승점 0점보다 더 큰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홈에서 다시 뛰는 게 너무 기대된다. 팬들은 날 환영해줬다. 오늘 밤을 정말 기다렸는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라고 자책했다.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한국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어딜 가나 이렇게 많은 팬분들이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다. 단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한다"라며 "오늘도 경기장에 많은 팬분들이 와서 태극기를 들고, 유니폼을 입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내가 조금 더 특별한 선수임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애국심이 가득 찼다. 1초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계실 거고 미국에서 응원하러 오신 분들도 계실 거다. 그런 분들을 위해 언제나 자부심 있게,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응원하러 오실 수 있게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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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손흥민 덕분에 LA 한인 커뮤니티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이제는 LAFC의 경기가 한국어로 라디오 중계된다. 미국 '포브스'는 "한국 스타 손흥민은 LAFC가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역사를 새로 쓰는 데 일조했다. 그는 LAFC와 한국어 로컬 방송국이 최소 20년 만에 처음으로 장기 중계 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라고 보도했다.
LAFC는 최근 지역 한국어 방송국 'KYPA 1230 AM'과 협약을 체결해 2025시즌 모든 잔여 경기를 중계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샌디에이고전부터 시작됐다. 이는 무려 20년 만의 일이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과거 LA 갤럭시에서 활약하던 시절 이후로 최초인 것.
포브스는 "이번 계약은 2003년~2004년 LA 갤럭시에서 뛰었던 한국의 또 다른 유명 축구선수 홍명보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는 손흥민이 있는 한국 대표팀 감독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찬호부터 시작된 LA와 한국 스포츠의 인연이 손흥민을 통해 다시 꽃피운 셈이다. 매체는 "한국 선수들이 LA 스포츠 팀에서 활약해 온 역사는 1994년 투수 박찬호가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된 데서 시작됐다. 최근 5월엔 다저스에 영입된 김혜성이 MLB 첫 홈런을 기록하며 방송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