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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승절 열병식 함의…"美 독보적 패권, 종식 중 시사"

연합뉴스

2025.09.0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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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분석…中·러·印 포함 다극 체제로 이동 가능성 "中, 美와 관세·무역 분쟁 속 휘청이는 경제 속 애국심 고취 목적도"
中 전승절 열병식 함의…"美 독보적 패권, 종식 중 시사"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분석…中·러·印 포함 다극 체제로 이동 가능성
"中, 美와 관세·무역 분쟁 속 휘청이는 경제 속 애국심 고취 목적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미국의 독보적인 패권 시대가 종식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아시아 정치 전문가인 카리슈마 바스와니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중국이 호화로운 군사 퍼레이드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 첨단 무기, 동맹, 야망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같이 짚었다.

우선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자국 군사력과 외교력을 과시함으로써, 외부적으로는 미국에 버금가는 G2(주요 2개국)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을뿐더러 내부적으로는 애국주의를 더 다졌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중국 절대 지도자로 통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관하고 권력 서열 2위 리창 총리가 사회를 본 가운데 전날 베이징 심장부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은 말 그대로 중국의 힘을 느끼게 해준 자리였다는 것이다.
열병식은 1만2천여명이 동원돼 수중 드론, 극초음속 미사일, 레이저 무기 등과 함께 100여대의 항공기와 수백 대의 지상 장비가 투입되는 등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큰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였다.
특히 미국 타격용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61은 물론 육·해·공 모두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적 핵 3축 체계'가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국의 군사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반미의 축'이 결집한 톈안먼 성루의 '그림'도 미국 등 서방에 긴장감을 줬다.
3년 반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적국'이 된 지 오래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반미의 상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과 함께 나란히 앉은 '북·중·러 연대' 과시는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충격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그 자리에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가세함으로써 '반(反)서방' 메시지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톈안먼 성루의 '그림'에는 중국 중심의 연대 세력이 서방 주도의 세계 질서가 아닌 다른 질서를 만들겠다는 블록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승절 열병식 직전에 열렸던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해 공식 선언문에 서명한 것도 '반(反)미·비(非)미 텐트'가 확장하고 있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가 자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50% 상호관세 폭탄'에 맞설 의도로 SCO 톈진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최근 미국의 패권이 힘을 잃는 가운데 미국 이외에 중국·러시아·인도 등의 다극 체제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이 열병식 연설을 통해 "오늘 인류는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립, 상생과 제로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할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외신들은 시 주석의 해당 발언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선선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작금에 진행되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과 무역 전쟁 속에서 중국 역시 평화와 국제질서의 수호자라는 인식을 담았다고 본다.
바스와니 칼럼니스트는 시 주석이 "중국은 권력과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강인하게 설 것을 굳게 다짐하는 위대한 민족"이라고 강조한 점에 주목한다.
이를 두고 그는 중국과 협력하면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베이징의 편에 서는 것이 낫다"는 메시지를 외국에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시 주석의 메시지가 전승절 열병식에 참여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회원국인 미얀마·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정상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직접 또는 간접 영향권에 있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아세안 회원국들에 모종의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전승절 열병식을 계기로 G2의 군사력을 과시하고 반미·반서방 결속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대적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실전 경험과 글로벌 전략자산 배치 능력에서는 아직 미군에 견줄 수준이 아닐뿐더러 전승절 열병식에서 보인 첨단무기들이 실제 전장에서는 어떤 효율을 가졌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스와니 칼럼니스트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군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군을 물리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중심의 '반미·반서방 연대' 역시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각종 첨단 기술의 우위를 차지하고 달러 기축통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쥔 미국이 유럽·일본 등 서방과 더 결속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의 딜런 로 교수는 "미국과의 '관세·무역 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중국의 이번 전승절 열병식이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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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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