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매일 부산으로 오는 대만 항공사 타이거에어(Tigerair)를 타면 다른 비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기내식이 나온다. 바로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이다. 7월까지 4개월 동안 총 2166개가 판매된 이 기내식은 대만 관광객들에게 부산이 ‘미식도시’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착안해 부산시·부산관광공사가 항공사와 함께 개발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올해 7월까지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00만명을 넘었다. 그 비결에는 ‘미식도시’ 부산의 이런 전통 음식이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4월 최단기간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200만명 고지를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2만4779명)보다 23% 늘었다. 부산시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을 목표로 세웠는데 이 추세라면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
부산 방문 외국인을 국가별로 보면 대만이 37만7912명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중국(31만5318명), 일본(26만6707명), 미국(14만5535명), 필리핀(9만9536명) 등의 순이다. 지난해에도 부산을 찾은 대만 관광객은 모두 50만456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중 1위를 차지했는데 2023년 25만7049명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급증한 것은 2030부산세계엑스포 등 여러 국제 행사 유치 과정에 부산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한 것이 작용한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여기에 ‘돼지국밥 기내식 판매’ 등 관광객 맞춤형 상품 판매도 부산 방문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에서는 부산이 ‘미식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등을 강화한 것이다.
부산관광공사가 대만 관광객 1만5796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부산 음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돼지국밥(중복 응답)이 66.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부산 어묵(37.4%), 씨앗호떡(22.4%), 장어구이(19.4%) 등이 인기를 끌었다. 부산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대만에도 돼지고기 베이스의 탕과 덮밥 문화가 발달해 있는데 부산 돼지국밥이 맛도 비슷하지만 뽀얀 국물과 고기가 보양식 이미지로 부각돼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을 다녀간 대만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추운 비 오는 날에 완벽한 위로 음식’, ‘양념(새우젓+고춧가루)과 함께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부산 가면 꼭 돼지국밥 먹어야 해요’ 등의 글을 남기며 ‘소울푸드’(Soul Food, 영혼을 울리는 음식)라고 극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등산과 사찰 관광을 접목한 ‘템플레킹’ 콘텐트, 부산 야경과 관광을 결합한 '별바다 부산 나이트 페스타'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활용해 부산만의 매력을 선보인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등 부산 7개의 해수욕장과 이기대 등도 여름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통과 관광시설 할인 혜택을 통합한 ‘비짓부산패스’도 관광객 편의성을 크게 향상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만 48만장을 돌파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나 등 각종 국제행사가 하반기에도 많아 이 기세라면 연간 300만명 목표 달성도 훌쩍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대만뿐 아니라 다른 나라 관광객들도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해 진정한 글로벌 관광 허브 도시 부산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