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세종시에서 ‘저승사자 조형물’로 불리며 철거됐던 작품이 11년 만에 다시 세워질지 관심이 쏠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글로벌 흥행과 맞물려 재설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3일 정부세종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관계 당국은 2014년 설치됐다가 철거된 금속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의 재설치를 실무 선에서 검토 중이다. 한복 차림에 갓을 쓰고 양팔을 벌린 남성이 ‘한량무’ 춤사위를 선보이는 형상으로, 당시 설치 취지는 한국 전통문화의 우아함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섬뜩하다”, “기괴하다”는 민원이 빗발쳤고, “혈세로 흉물을 만들었다”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결국 조형물은 국세청 앞에서 소방청 인근으로 옮겨졌으나 “재난 대응 기관 옆에 저승사자를 떠올리는 상은 맞지 않다”는 여론이 계속되면서 2019년 완전히 철거됐다. 이후 조형물은 정부세종청사 지하주차장에 보관돼왔다.
상황은 최근 들어 달라졌다. 케데헌 속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이미지가 해당 조형물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대를 잘못 만난 조형물”, “진정한 사자보이즈”라는 반응이 쏟아졌고, 국민신문고를 통한 재설치 요구 민원까지 등장했다.
흥행작 케데헌은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귀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전개되는 화려한 연출과 OST는 한국 문화적 요소를 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3일 넷플릭스 투둠 기준 누적 시청 수 2억6600만 회를 기록,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작에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부정적 여론으로 철거된 조형물을 다시 가져오는 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재설치가 추진될 경우 장소는 문화예술진흥법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