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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없이 전면 나선 시진핑, 양옆 북러 속 '反서방리더십' 과시

연합뉴스

2025.09.0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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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9년 열병식 때와 달라진 망루 내외빈 자리 배치 '눈길' 위상 높아진 김정은…66년 전 마오쩌둥 만난 김일성보다 '상석'
원로없이 전면 나선 시진핑, 양옆 북러 속 '反서방리더십' 과시
2015·2019년 열병식 때와 달라진 망루 내외빈 자리 배치 '눈길'
위상 높아진 김정은…66년 전 마오쩌둥 만난 김일성보다 '상석'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양옆에 세워 '반(反)서방 글로벌 리더십'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초대형 국가 행사에서 지도자가 누구와 한 프레임에 잡히는지는 일반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인데, 시 주석은 좌우에 중국 공산당 원로들 없이 단독으로 전면에 서서 수십개국 외국 정상들을 이끄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 외빈 중심 배치로 드러난 톈안먼 망루의 권력구도
6년 만에 열린 중국 열병식에서 시 주석이 단순히 군사력을 과시하는 수준을 넘어 '반서방 연대' 수장으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시 주석을 둘러싼 권력구도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중러 3국에 모든 이목이 쏠리는 구도로 주요 외빈과 내부 인사들 자리를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을 포함해 중심에 선 5인까지로 시선을 확대해도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포함될 뿐 중국 측 내빈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 권력구도를 파악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온 톈안먼 망루로 향하는 시선을 중국 내부 정치체제가 아닌 외부로 돌림으로써 국제정치적 무대로의 기능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이전에 사열한 2015년과 2019년 열병식 때와 비교하면 그 의도가 더욱 선명해진다.
2015년 70주년 전승절 열병식 때는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망루 중앙에 시 주석이 서고 오른편에는 푸틴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순서로 자리했었다.
그리고 시 주석의 왼편에는 장쩌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자리를 지켰다. 당시 전현직 국가주석이 나란히 선 모습이 '3대 화합'을 연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2019년에도 시 주석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 14년째 장기집권 체제 속 '정치 원로' 부재
이번처럼 국외 정상이 다수 초청됐던 2015년 열병식 당시 망루 위에는 외빈과 내빈이 정확히 좌우로 나뉘어 배치됐었다.
중국 내부 서열 순위에 따라 일렬로 선 자리 배치를 보면 시 주석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곧바로 시각적으로 정보가 되고, 누가 불참했는지도 쉽게 눈에 띈다.
올해는 중국의 전직 지도자 중에서는 원자바오 전 총리만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총리급이라고는 하나 생존해 있는 지도자 중에서 유일하게 참석했음에도 시 주석과는 떨어져 있었다.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보이지 않았고, 주룽지 전 총리도 불참했다.
올해로 14년째인 장기집권체제 속 절대권력을 부각했다는 해석과 함께 중국 내부에서 시 주석의 건재함을 뒷받침해줄 만한 정치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엇갈린다.
반면 군부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등장은 눈길을 끌었다.
올해 반중매체를 중심으로 시진핑 권력이상설이 제기됐을 당시 장 부주석을 중심으로 시 주석 체제에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 '중국의 美 견제 축'…김정은의 달라진 위상
이번 열병식에서 미국에 맞서는 북중러 3국에 조명이 집중되면서 김정은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북중러 3국 정상이 66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리에 서면서 1959년 신중국 건국 1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와 비교된 것이다.
당시 마오쩌둥 양옆에는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과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제1서기가 배치했다.
김정일은 호찌민, 미하일 수슬로프 소련 외무위원장, 저우언라이 중국 국무원 총리 다음인 4순위였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상석'으로 여겨지는 시 주석의 왼편을 내내 지킨 데다 열병식 도중에는 양국 정상이 몸을 서로에게 기울이며 밀착한 상태로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영접 대상의 역순으로 의전 서열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위'에 해당하는 최고 수준 예우를 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북한과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할 뿐만 아니라 북한을 미국 견제 구도의 핵심 축으로 부각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BBC는 지난 3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을 맞이한 뒤 두 정상을 양옆에 둔 채 걸어가는 장면은 제대로 정치적 '쇼'(theatre)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BBC는 "이는 세계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싶어하는 미국의 대통령을 일부러 분노하게 만들도록 설계된 것일 수 있다"면서 "중국의 지도자가 '세계의 이목'을 가로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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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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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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