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사흘간의 진통 끝에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해 당 압수수색에 나선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자료를 임의 제출했다. 곽규택 원내 수석대변인은 4일 오후 “조은석 정치 특검의 원내대표실 및 원내행정국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기간과 범위, 자료검색 방식 등에 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당초 특검은 추경호 의원이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됐던 지난해 5월 이후를 대상으로 자료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반발하자 기간과 범위 등을 최소화했다. 박수민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한) 그 기간만 딱 잘라 제공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특검이 원내대표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재개하자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장동혁 대표는 국회 본청 앞 중앙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정치 특검의 수사는 결국 이재명 정권의 목을 베는 칼날이 될 것”이라며 “무도한 이재명 정권을 무너뜨리는 첫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조은석 특검을 비롯한 특검 검사, 수사관 등 8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분노는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집중됐다. 지난 3일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의 말 때문이었다. 김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앞에서 농성 중인 의원들에게 “의장께서 어제(2일) ‘(특검과의) 협의 시간을 하루는 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간 우 의장이 압수수색을 막아주지 않았다는 불만이 컸던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 의장이 3일부터 무제한 압수수색을 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간 수사기관이 국회 본청 압수수색을 시도하면 의장이 ‘임의제출’로 조율하는 게 관례였는데 우 의장이 특검 수사에 과도하게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인사는 “압수수색 첫날인 2일 특검과 임의제출에 대해 상당한 협의를 이뤘다”며 “그런데 의장이 협의 기한을 하루로 못 박으면서 특검이 입장을 번복했다. 우 의장이 뒤에서 특검과 뒷거래를 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우 의장과 국민의힘 사이의 누적된 갈등이 폭발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일 특검의 압수수색을 막으려 찾아온 장동혁 대표에게 우 의장은 “압수수색을 막을 권한이 없다. 가급적 임의제출 형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고, 의장실에선 고성이 터져 나왔다. 3일엔 국회 방호과 직원이 원내대표실 앞에서 농성 중인 국민의힘 의원을 촬영한 사건으로 갈등이 고조됐다. 국민의힘은 4일 “국회 사무처의 불법적 사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뒤엔 우 의장이 “계엄 옹호 인사를 추천하는 건 국회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해, 국민의힘 반발을 샀다. 지난 1일 국회 개원식 날에는 우 의장이 여야 화합을 위해 한복을 착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복을 입고 등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 회의에서 “우 의장은 입으로는 임의제출이 바람직하다고 해놓고는 중국으로 출국 전에 압수수색을 사전 승인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며 “국회를 지켜야 할 의장이 정권의 하명 수사에는 문을 열어주고, 북한 김정은과 손을 맞잡는 행태에 국민은 참담할 뿐”이라고 직격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본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될 때마다 논란은 컸다. 2022년 11월 검찰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던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수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 본청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민주당은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당시 “임의제출 형식의 영장 집행이 바람직하다”며 조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