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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이 본 ‘코리안 캡틴’… 박찬호, 손흥민 향해 뜨거운 찬사

OSEN

2025.09.0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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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한국 스포츠사의 두 아이콘이 LA에서 만났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후배 손흥민(33, LAFC)의 홈 데뷔전을 직접 지켜보며 감격 어린 소감을 남겼다. 

박찬호는 4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LAFC와 샌디에이고 FC의 경기를 직관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경기 결과에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라며 "경기장 안에는 검정 손흥민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한인들의 모습이 꼭 K-pop 콘서트장 같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박찬호의 말처럼 이날 BMO 스타디움은 손흥민을 보기 위해 몰린 한인 팬들로 가득했다. 태극기가 곳곳에 휘날렸고, "SON"이 새겨진 유니폼은 마치 30여 년 전 "PARK" 유니폼으로 물들었던 다저스타디움을 떠올리게 했다. 박찬호는 "오래전에 수많은 우리 한인들이 다저스 블루 유니폼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던 그 모습이 기억났다. 그 시간들을 잊지 못한다"고 감격했다.

박찬호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며 한국 스포츠사의 한 획을 그었다. 메이저리그 최초 한국인 투수,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 '코리안 특급'이라는 닉네임은 여전히 한국 팬들에게 전설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손흥민의 모습을 보며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한 명의 스타가 긍지를 심어준다”고 말한 건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이날은 손흥민에게도 특별한 무대였다. MLS 합류 후 첫 홈경기에서 그는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과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팀은 드니 부앙가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두 골을 내리 허용하며 1-2 역전패를 당했다. 데뷔 홈경기에서 패배라니, 손흥민도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팬들 앞에 자책을 늘어놓았다. "오늘은 정말 특별했다. 팬들이 대단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팬들은 승점 0점보다 더 큰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홈에서 다시 뛰는 게 기대된다. 팬들이 날 환영해줬는데 실망을 안겨드려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딜 가도 많은 팬분들이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다. 단 한 번도 당연히 여기지 않는다"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손흥민의 말처럼, 이날 BMO 스타디움은 '애국심의 장'이었다. 태극기와 한국어 응원가가 쏟아졌고, 세대를 넘은 한국인들의 함성이 구장을 메웠다. 박찬호는 "우리 아이들이 손흥민을 응원하며 기뻐한다. 그의 존재가치가 한국의 긍지와 아이들의 미래 꿈으로 이어진다"라며 후배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흥미로운 건 손흥민의 LAFC 합류가 단순히 팀 전력 보강을 넘어 LA 한인 사회 전체에 파급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LAFC는 지역 한국어 방송국 ‘KYPA 1230 AM’과 협약을 맺고 2025시즌 잔여 경기를 전 경기 한국어 라디오로 중계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려 20년 만의 일이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한국 스타 손흥민이 MLS 역사에 새로운 장을 썼다”며 “홍명보가 LA 갤럭시에서 뛰던 2003~2004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어 중계 협약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결국 박찬호부터 시작된 LA와 한국 스포츠의 연결 고리가 손흥민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1994년 다저스의 박찬호, 2003년 갤럭시의 홍명보, 그리고 2025년 LAFC의 손흥민. LA는 이제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제2의 고향'이 됐다.

물론 LAFC의 패배는 아쉬웠다. 그러나 박찬호와 손흥민이 보여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한민족의 긍지와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는 힘을 가진다. 손흥민은 아직 MLS에서 첫 단추를 꿰는 단계에 불과하다. 그가 다시 골망을 흔들며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줄 날은 머지않았다. /[email protected]


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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