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괴물의 무대 NFL ‘코리안 파워’ 삼총사 뜬다

북미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 2025시즌 정규리그가 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링컨파이낸셜필드에서 열리는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NFL의 별칭은 ‘피지컬 괴물들의 경연장’이다. 키가 2ｍ대인 거구들과 100ｍ를 10초대에 주파하는 ‘인간 탄환’들이 득실대서다. 그 안에서 평범한 체구로도 두각을 나타낸 세 명의 한국계 스타들이 있다. 카일 해밀턴(24·볼티모어 레이븐스), 카일러 머리(27·애리조나 카디널스) 그리고 구영회(31·애틀랜타 팰컨스)다.

프로 4년 차 해밀턴은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볼티모어 레이븐스에서 ‘코리안 파워’를 몰아칠 세이프티(수비수)다. 태클과 패스 가로채기가 탁월한 그는 지난 시즌 팀이 치른 정규리그 17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해밀턴은 대구 태생의 어머니 재키 해밀턴(한국 이름 박계옥)을 둔 ‘하프 코리안’이다. 어머니는 그리스 유학 시절 현지에서 농구 선수로 뛰던 미국인 아버지 데릭 해밀턴을 만나 결혼했다. 해밀턴은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여긴다. 2022년 자신의 이름 약자 ‘KH’와 태극기 활용 문양을 새긴 티셔츠와 모자를 직접 제작해 판매했다. 수익금은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 방지 캠페인에 기부했다.

7년 차 쿼터백 머리는 수퍼스타다. 야구와 풋볼을 겸업한 ‘이도류’ 선수로 유명하다. 머리는 2018년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9순위)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선택을 받은 데 이어 2019년 NF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애리조나 카디널스에 지명됐다. MLB와 NFL에서 모두 1라운드에 뽑힌 건 머리가 역대 최초다. 그는 2019시즌 NFL 신인상을 받고 지금까지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5년 최대 2억3050만 달러(약 332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했고, 올 시즌엔 팀을 4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이끄는 게 목표다. 머리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쿼터 코리안’이다. 어머니 미시(51)는 결혼 전까지 한국 이름(미선)을 썼다. 야구와 풋볼 선수였던 아버지는 미국인이다. 머리는 ‘한국계’ 정체성을 자주 드러낸다. 애리조나 입단 기자회견에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한글로 ‘초록불’이라고 적혀있다. 지난 3월엔 한국을 방문했다.

8년 차 키커 구영회는 유일하게 혼혈이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두 살이었던 2006년 미국에 이민했다. 한국에선 축구선수를 꿈꿨지만, 미국에서 진로를 바꿨다. 2017년 LA 차저스에 입단하며 최초의 한국 국적 NFL 선수가 됐다. 한 달 만에 방출돼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2년간 기량을 갈고닦았다. 결국 2019년 애틀랜타 팰컨스와 계약하며 NFL 재입성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성공 가도였다. 2020시즌 필드골 성공률 94.9%를 기록하며 특급 키커로 발돋움했다. 같은 시즌 생애 첫 프로볼(올스타)에도 뽑혔다. AI(인공지능) 같은 무표정으로 초장거리(45.7m 이상) 필드골에 성공하는 그의 별명은 ‘아이스맨’이다. 구영회는 올 시즌 생애 첫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는 게 목표다. 그는 자신의 근원을 잊지 않기 위해 한글 이름의 영문 표기인 ‘YOUNGHOE KOO’를 그대로 쓴다.

피주영([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