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 급한 차·철·조 발목? 노조하투 키우는 ‘노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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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산업 우려되는 파열음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 오전 9시부터 7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했다. 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파업은 지난달 27일 발표된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의 합병과 싱가포르 투자법인 설립에 대한 반발 성격이 강하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일 소식지에서 “합병으로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에 수익이 집중되고, 울산조선소는 단순한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싱가포르 투자법인이 상장되면 오너 일가 지배력이 강해지고 수익의 사유화가 굳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병 관련 노사 협의 ▶정규직 신규채용 ▶강제 전환배치 금지 ▶국민연금(HD현대 지분 7.88% 보유)의 합병 과정 점검 등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미국 ‘마스가’ 참여를 앞두고 건조 능력 향상,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대형 선박에 강점이 있는 HD현대중공업과 중형 선박 건조에 경쟁력을 가진 HD현대미포를 합쳐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결정이며, 싱가포르 투자법인은 동남아 사업 확장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법상 합병은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노조가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될 수 있고, 선박 납기가 밀릴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조선산업 연구자는 “이번 합병은 국내 조선소에선 고부가가치 선박을, 임금 수준이 낮은 동남아 조선소에선 벌크선 등을 짓는 투트랙 전략”이라며 “노조 반발로 시기를 놓치면 미국 진출은 물론,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3일부터 오전·오후 출근조가 각각 2시간 일찍 퇴근하는 부분파업 중이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회사의 신사업 개시 혹은 해외 부분조립생산(SKD) 공장 증설시 노조에 통지하라’는 조항을 포함하자고 주장한다. 국내 생산량 위축,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관세 영향에 따라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7% 줄어든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다.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연산 3만대 규모의 로봇 제조공장도 미국에 짓기로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중국 자동차업체는 이미 ‘다크 팩토리’(완전 자동화 공장)를 가동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국내 고임금 구조에서 국내 생산으론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50%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계도 해외 진출을 추진하며 노조와 갈등 중이다. 포스코는 인도에 연간 600만톤(t)급 일관제철소를, 현대제철은 미국에 270만t급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대신 국내 사업은 축소하고 있다. 대신 국내 공장은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창사 57년 만에 첫 파업을 검토하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의 잇따른 파업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 영향이란 우려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4일 “노조법 개정과는 관련이 없다”며 “예년과 비슷한 내용으로 유사한 교섭과정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효성.김연주([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