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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돈의 세계] 중국 반도체 산업의 도약

중앙일보

2025.09.04 08:04 2025.09.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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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28nm(나노미터) 이상의 공정으로 생산한 범용(저사양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려 벼르고 있다. 중국은 2027년까지 14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 능력의 39%를 점유해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 한다. 중국 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자동차 반도체 1위인 독일 인피니언은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투자 규모도 줄였다. 전기차 1위 BYD는 지난해부터 전기차에 쓸 전력반도체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중국 반도체 투자액은 전체 매출을 능가한다. 첨단 기술은 부족하지만, 범용 반도체에서 번 돈으로 첨단 반도체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중국 정부가 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인재 확보와 원천기술에 투자하는 모습은 주 52시간 예외도 허용 못 하는 우리와 대조적이다.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점유율 2위)를 중국 SMIC(3위)가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양쯔메모리(YMTC)와 창신메모리(CXMT)는 낸드플래시와 D램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 황제주로 등극한 ‘중국판 엔비디아’ 캠브리콘을 보라. 엔비디아 H20 대신 자국 반도체를 사용하라는 압박에 반도체 설계업체 캠브리콘이 ‘반도체 자립화’를 이끌고 있다. 화웨이가 자체 칩으로 엔비디아 칩 효율을 능가하겠다고 벼르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알리바바의 AI 칩 개발 소식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압박할수록 엔비디아의 중국 칩 시장 점유율은 떨어질 것 같다. 중국의 첨단 분야 자립기술이 성공할지 미지수지만 범용 부문의 성공은 상수로 보여 걱정이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이 중국의 반도체 자립률을 높여 우리 산업에 위협이 된다면 과장일까. 첨단 반도체 부분은 격차가 있으나 반도체 기초역량이 우리를 앞질렀다는 분석이다. 긴장해야 한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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