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차세현의 뉴스터치] “미군 철수할 생각 없다”…트럼프의 폴란드 편애

중앙일보

2025.09.04 08:10 2025.09.04 13:3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차세현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remove)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폴란드가 원하면 더 늘리겠다는 뜻마저 비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조정 작업을 앞두고 있는데, 유럽 주둔 미군이 1순위 대상이다. 그런데 유독 폴란드 주둔 미군 1만4000명은 예외라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지난 3일 카롤 나브로츠키(사진 왼쪽)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에 정답이 있다. 그는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이 내야 하는 돈보다 더 많이 낸 두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폴란드의 국방비(추정치)는 국내총생산(GDP)의 4.48%이고, 내년에도 GDP의 4.8%를 예산으로 잡아놓은 상태. 나토 회원국 중 최고 비중이다. 나토는 2035년까지 GDP의 5%까지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미국과 합의했는데, 폴란드는 이를 1~2년 안에 달성할 태세다. 트럼프가 ‘특별대우’할 만도 하다.

폴란드가 대규모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방비 증액에 나선 것은 러시아에 대한 남다른 불안감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런 불안감은 더 짙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이 폴란드의 독립”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진심인 이유이기도 하다. 폴란드와 러시아는 과거 500년 ‘피의 역사’를 가진 앙숙이다. 대체로 전반부는 폴란드가, 후반부는 러시아가 주도권을 쥐었다. 폴란드는 주변 강국인 독일과 러시아의 분할 점령으로 두 차례나 국권을 상실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40년 소련군이 폴란드군 장교, 경찰, 지식인 등 2만2000여 명을 처형한 ‘카틴 학살’은 그 대표적 사례다.





차세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