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현지시간)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전용열차 ‘1호 열차’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앞서 지난 1일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은 이로써 5일까지 총 4박 5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게 됐다. 이는 앞선 네 차례 방중을 통틀어 역대 최장기간이다. 김 위원장은 귀국 시각을 고려할 때 5일 오후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소규모 차담과 만찬을 함께했다.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26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위해 별도의 만찬을 마련한 것은 국빈 방문에 준하는 파격적 예우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은 2019년 6월 시 주석 방북 이후 6년여 만에 열린 것으로, 북중 관계 전면 회복의 상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6년 만에 김정은 총서기(조선노동당 총비서) 동지와 다시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며 “2019년 6월 귀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어디를 가든 중조(북중)의 한 가족 같은 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6년 전 방북 당시 “장엄한 중조 우의탑. 웅장한 대형 매스게임 공연, 열정적인 국민들 모두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회상했다.
이를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김 위원장도 “6년 만에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동지를 만나 뵙게 된 감회가 정말 새롭다”며 “6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눈에 띄게 중국이 더 몰라보게 변모되고 발전된 것을 깊이 느꼈다”고 화답했다. 이어 “변하지 않은 것은 우리 대표단을 중국 동지들이 극진히 환대해주는 친선의 감정”이라며 “세상이 변해도 조중 양국 인민의 친선의 정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김정은 총서기가 방중해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북한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성과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북중 양당·양국이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또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중 우호의 정은 변하지 않으며, 북중 관계를 끊임없이 심화, 발전시키는 것은 북측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중 관계를 끊임없이 심화·발전시키는 것은 북측의 확고한 의지”라며 “북측은 앞으로도 대만, 티베트, 신장 등 중국 핵심 이익 관련 사안에서 중국의 입장을 확고히 지지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 수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은 딸 김주애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비롯해 최선희 외무상, 조용원·김덕훈 당 중앙위원회 비서, 주창일·김성남·김재룡·김용수 당 부장, 김병호·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핵심 외교·경제·의전 간부를 수행단에 포함했다. 이는 북러·북중 정상회담 조율과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련 협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CCTV 등 중국 관영매체에 의해 실시간 생중계 수준으로 전해진 보도 시각을 고려할 때 양국이 만난 시간은 2시간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김 위원장은 방중 일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0시 5분쯤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베이징역을 떠났다. 관영매체들은 양국 정상의 회담 내용과 모두발언 영상도 거의 즉시 공개했으며 영상에는 서정적인 배경음악을 넣어 우호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