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독일어 할 수 있는 사람 나와!”. 주장 손흥민(33, LAFC)이 신입 막내 카스트로프(21, 묀헨글라트바흐) 챙기기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공식 채널을 통해 미국 친선경기를 준비하는 태극전사들의 훈련 현장을 공개했다. 짧은 영상 속에는 정상빈의 인터뷰와 함께 손흥민이 직접 카스트로프를 챙기는 장면이 잡혔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독일 혼혈 미드필더 카스트로프는 생소한 환경 속에서 ‘선배들의 배려’라는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홍명보 감독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카스트로프는 아직 젊지만 독일 무대에서 이미 경험을 쌓고 꾸준히 성장했다. 무엇보다 한국 대표팀 합류에 강한 의지와 책임감을 보여줬다”며 “이번 소집을 통해 문화와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길 바란다. 그의 열정이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카스트로프는 묀헨글라트바흐 소속으로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대표팀 3선에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다. 카스트로프 본인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큼 열정과 헌신, 존중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믿고 기회를 주신 코칭스태프와 팬들께 감사드린다”며 각오를 전했다.
실력에서는 충분한 카스트로프지만 유일한 변수는 언어 문제. 다만 한국어는 조금 할 수 있을 정도. 유창하게 대화하기엔 한계가 있어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를 눈치챈 주장 손흥민이 움직이면서 카스트로프가 빠르게 대표팀에 녹아들 수 있게 나섰다.
손흥민은 카스트로프와 인사하는 자리에서 웃으며 “독일어 할 수 있는 사람 없나?”라고 외쳤다. 즉시 백승호와 이동경, 이재성과 같은 분데스리가 출신 선수들이 카스트로프 곁으로 다가갔다. 독일 무대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리를 놓은 것이다.
특히 이재성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카스트로프가 있는 묀헨글라트바흐에는 내 옛 동료들도 있고, 마인츠에도 독일 U-21 출신 선수들이 많다”며 공통점을 찾아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카스트로프와 대화를 나누면서 “독일어를 공부한 보람이 있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이를 들은 손흥민은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는 “재성이 카메라 있다고 독일어 잘하는 척한다"라면서 "카스트로프가 쉽게 말하는 것 같다. 마치 초등학생 대하는 것처럼”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농담은 긴장된 신입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주장 손흥민과 중고참 이재성이 앞장서고, 백승호·이동경이 뒤를 받치며 카스트로프의 적응을 돕는 풍경. 오현규까지 합류하며 홍명보호는 비로소 ‘완전체’가 됐다. 이제 미국, 멕시코와의 A매치를 앞두고 있다. 손흥민의 한마디, 이재성의 농담 한마디는 단순한 소통 이상의 의미였다.
한국 대표팀의 첫 혼혈 선수인 카스트로프의 적응기는 앞으로의 한국 축구가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신입을 끌어안는 문화. 바로 그것이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힘이다. 막내 카스트로프는 분명 아직 서툴지만, 이미 대표팀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따뜻한 보호막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