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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노총 만난 대통령…“내가 편이 어디 있나”

중앙일보

2025.09.04 09:24 2025.09.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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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통령실에서 양대 노총 위원장과의 오찬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노사정 사회적 대화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 4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제안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제일 큰 과제가 포용과 통합”이라며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일단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적대감 같은 것도 해소하고, 진지하게 팩트에 기반해서 입장 조정을 위한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민주노총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걸 언급한 뒤 “경사노위도 조직을 못 하고 있는데, 그 문제도 좀 한번 같이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나서 싸우든지 말든지, 결론을 내든지 말든지 해야지 왜 안 보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갈등 해소와 신뢰 구축의 첫 출발은 함께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이라며 “경사노위도 함께하자”고 당부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경사노위는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발족한 경제·사회 정책 협의·자문 기구다. 민주노총은 초기부터 참여하지 않았고, 한국노총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참여 중단을 선언해 사실상 와해 상태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대화의 창구로 활용해 달라’고 해 ‘긍정적 검토를 해보겠다’는 답을 어느 정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 안전망 문제와 기업들의 부담 문제,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 이런 것들을 터놓고 한 번쯤 논의해야 한다”며 “그 첫 출발이 마주 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저는 기업인한테 가면 친노동이라 욕먹고, 노동자들이 보면 혹시 기업 편 너무 많이 드는 거 아니냐 생각한다”며 “제가 편이 어디 있나. 모두가 잘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을 약속한 것이다.



“기업한테 가면 친노동이라 욕먹고 노동자는 기업편 많이 든다 생각해”

이날 오찬엔 ‘화합의 상징’인 비빔밥이 제공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요즘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얘기를 많이 했더니 너무 노동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 데가 있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며 “(이건) 기본적 인권에 관한 문제, 기본적 상식과 도리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비공개 대화에서 이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을 묻자, 참석자들은 “현장 노동자들이 예방의 주체가 될 수 있게 실질적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밖에 한국노총은 ▶65세 정년 연장 ▶주 4.5일제 시범 사업 도입을 요청했고,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 ▶원청 교섭, 초(超)기업 교섭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재계에서 요구했던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보완책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김영훈 장관이 ‘노총이나 노동자보다 기업인들을 자주 만나며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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