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통일교가 국민의힘에 유착한 배경으로 지목한 건 통일교의 ‘정교일치 이념’이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교단 정책을 수용해줄 만한 정치인을 물색하던 중 대선 때 김 여사와 권성동 의원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했고, 두 사람이 “감사하다”고 화답하면서 접촉이 성공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정교일치’ 이념의 정점에 있는 한학자 총재를 오늘 8일 출석해달라고 소환했다. 한 총재는 전날 심장 시술을 이유로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참부모(총재) 뜻 실현되는 나라” 한 총재 8일 소환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정교일치 이념’은 김 여사 등 공소사실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통일교는 2대 교주 한학자 총재를 ‘참어머니’로 신격화하는 한편, 세계 단일 국가인 ‘천주평화통일국(천일국)’ 설립을 지향하는 종교 단체다. 본질적으로 정교일치 교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 공소장에서 한학자 총재가 “참부모(한 총재)의 뜻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 정교일치 이념을 강조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이념 하에 통일교는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각종 국제사업·행사를 추진해왔다고 봤다.
특검은 통일교가 교단의 정책을 반영해줄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을 낙점하고, 이를 위해 김 여사와 권 의원에게 동시에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을 썼다고 본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권 의원에게는 2022년 1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현금 1억원을 건넸고, 김 여사에게는 같은 해 4~7월 세 차례에 걸쳐 샤넬백 2점(2073만원 상당)과 그라프 목걸이(6220만원)를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
윤석열·김건희·권성동 “도와줘서 고맙다”
결과적으로 김건희 여사·권성동 의원에 대한 투트랙 접근은 달성됐다. 양측 모두 “고맙다”며 호응한 정황이 파악되면서다. 특검 수사 결과 권 의원은 2022년 2월 8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통일교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 특검은 이같은 감사 표시가 금품 수수에 대한 반응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권 의원은 이듬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에도 통일교 측에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서 “전당대회 후 권성동 의원이 ‘애써줘서 고맙다. 보은할 길을 찾겠다’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시기 통일교 교인들이 권 의원을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권리당원으로 집단 가입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역시 통일교 측에 감사를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 22일 인수위 사무실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나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테이블에 올라온 통일교 현안에 대해서는 “논의해서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김 여사도 2022년 3월 30일 윤 전 본부장과 통화하며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 건강하신가.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통일교 측에서 건진법사에게 샤넬백을 전달한 뒤인 2022년 7월 15일에도 김 여사는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같은 김 여사의 반응은 금품의 대가성을 스스로 인정한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돕겠다”는 약속은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금액 증액 등으로 현실화됐다. 윤 전 본부장이 요구한 아프리카 프로젝트 ODA 증액은 공교롭게도 인수위 면담 8일 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겼다. 통일교 주요 현안이었던 캄보디아 개발 사업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순항했다. 2022년 12월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다리’ 사업 ODA 예산은 2023년 2억원에서 올해 588억까지 늘었다. 특검은 이같은 윤석열 정부 정책이 통일교의 지원에 대한 보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