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소환 앞둔 한학자, 김건희 청탁 배경에 '정교일치' 이념 있었나

중앙일보

2025.09.04 13:00 2025.09.04 19:1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통일교가 국민의힘에 유착한 배경으로 지목한 건 통일교의 ‘정교일치 이념’이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교단 정책을 수용해줄 만한 정치인을 물색하던 중 대선 때 김 여사와 권성동 의원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했고, 두 사람이 “감사하다”고 화답하면서 접촉이 성공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정교일치’ 이념의 정점에 있는 한학자 총재를 오늘 8일 출석해달라고 소환했다. 한 총재는 전날 심장 시술을 이유로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부모(총재) 뜻 실현되는 나라” 한 총재 8일 소환

차준홍 기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정교일치 이념’은 김 여사 등 공소사실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통일교는 2대 교주 한학자 총재를 ‘참어머니’로 신격화하는 한편, 세계 단일 국가인 ‘천주평화통일국(천일국)’ 설립을 지향하는 종교 단체다. 본질적으로 정교일치 교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 공소장에서 한학자 총재가 “참부모(한 총재)의 뜻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 정교일치 이념을 강조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이념 하에 통일교는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각종 국제사업·행사를 추진해왔다고 봤다.

특검은 통일교가 교단의 정책을 반영해줄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을 낙점하고, 이를 위해 김 여사와 권 의원에게 동시에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을 썼다고 본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권 의원에게는 2022년 1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현금 1억원을 건넸고, 김 여사에게는 같은 해 4~7월 세 차례에 걸쳐 샤넬백 2점(2073만원 상당)과 그라프 목걸이(6220만원)를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김건희·권성동 “도와줘서 고맙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김건희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결과적으로 김건희 여사·권성동 의원에 대한 투트랙 접근은 달성됐다. 양측 모두 “고맙다”며 호응한 정황이 파악되면서다. 특검 수사 결과 권 의원은 2022년 2월 8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통일교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 특검은 이같은 감사 표시가 금품 수수에 대한 반응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권 의원은 이듬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에도 통일교 측에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서 “전당대회 후 권성동 의원이 ‘애써줘서 고맙다. 보은할 길을 찾겠다’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시기 통일교 교인들이 권 의원을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권리당원으로 집단 가입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역시 통일교 측에 감사를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 22일 인수위 사무실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나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테이블에 올라온 통일교 현안에 대해서는 “논의해서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김 여사도 2022년 3월 30일 윤 전 본부장과 통화하며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 건강하신가.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통일교 측에서 건진법사에게 샤넬백을 전달한 뒤인 2022년 7월 15일에도 김 여사는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같은 김 여사의 반응은 금품의 대가성을 스스로 인정한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돕겠다”는 약속은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금액 증액 등으로 현실화됐다. 윤 전 본부장이 요구한 아프리카 프로젝트 ODA 증액은 공교롭게도 인수위 면담 8일 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겼다. 통일교 주요 현안이었던 캄보디아 개발 사업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순항했다. 2022년 12월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다리’ 사업 ODA 예산은 2023년 2억원에서 올해 588억까지 늘었다. 특검은 이같은 윤석열 정부 정책이 통일교의 지원에 대한 보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