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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캡틴 코리아' 박찬호·손흥민, LA를 물들이다

OSEN

2025.09.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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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찬호 개인 소셜 미디어

[사진] 박찬호 개인 소셜 미디어


[OSEN=이인환 기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51)가 후배의 홈 데뷔전을 직접 찾아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면서 시감을 넘는 감동을 남겼다.

손흥민(33, LAFC)은 지난 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시즌 메이저리그 사커(MLS) 서부 콘퍼런스 29라운드 샌디에이고 FC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MLS 합류 이후 첫 홈경기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 속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고, 팀도 1-2로 역전패했다.

이 경기를 직접 관중석에서 지켜본 이는 다름 아닌 ‘코리안 특급’ 박찬호였다. 그는 경기 직후 SNS에 “결과는 아쉬웠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검정색 손흥민 유니폼을 입은 한인 팬들로 경기장이 꽉 찼다. 꼭 K-pop 콘서트장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은 태극기로 물들었다. 팬들이 입은 검정색 LAFC 유니폼 뒤편엔 ‘SON’이 새겨져 있었다. 30여 년 전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PARK’ 유니폼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박찬호는 “예전에 다저스 블루 유니폼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던 수많은 한인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고 감격했다.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첫 발을 내디디며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메이저리그 한국인 1호 투수, 아시아 투수 최다승, ‘코리안 특급’이라는 닉네임은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손흥민을 향해 “한 명의 스타가 민족의 긍지를 일깨운다. 스포츠는 그런 힘이 있다”고 평가한 것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었다.

손흥민에게도 이날은 남달랐다. 그는 “첫 홈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팬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혀왔다. 실제로 경기 초반 드니 부앙가의 선제골이 터지자 손흥민은 누구보다 크게 달려가 동료와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이후 흐름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전반 막판 감각적인 감아차기 슛은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걸렸고, 후반 28분 결정적인 오른발 슛은 골대를 강타했다. 후반 추가시간 마지막 슈팅마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끝내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패배로 끝난 홈 데뷔전. 손흥민은 고개를 떨궜다.

경기 후 그는 팬들에게 “오늘은 내게 특별한 날이었다. 팬들이 대단했기에 더 화가 난다. 그들은 승점 0점보다 큰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며 자책했다. 이어 “동료들이 열심히 했는데 내가 결정적인 순간 해주지 못했다. 미안하다. 더 빨리 적응해 해결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BMO 스타디움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태극기가 휘날렸고, 한국어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세대를 아우른 한국인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박찬호는 “아이들이 손흥민을 응원하며 꿈을 키우는 걸 보니 감격스러웠다. 그의 존재가 한국인의 긍지가 되고 아이들의 미래가 된다”고 후배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손흥민의 LAFC 합류가 단순히 팀 전력 보강 차원을 넘어 한인 사회 전체에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최근 LAFC는 지역 한국어 라디오 방송국 ‘KYPA 1230 AM’과 협약을 맺고 시즌 잔여 전 경기를 한국어로 중계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려 20년 만이다.

미국 ‘포브스’도 “한국 스타 손흥민이 MLS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홍명보가 LA 갤럭시에서 뛰던 2003~2004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어 중계가 성사됐다”고 평가했다.

이 흐름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진다. 한인 교포가 많은 LA는 한국 스포츠 스타들에게 제2의 고향이 되고 있다. 박찬호가 남긴 길 위에 손흥민이 또 하나의 길을 잇고 있는 셈이다. 비록 홈 데뷔전은 패배로 끝났지만, 손흥민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손흥민은 MLS에서 첫 단추를 끼웠다. 이제 그가 골망을 흔들며 팬들에게 기쁨을 선물하는 날만 남았다. 박찬호가 다저스 블루로 그랬듯, 손흥민도 LA를 한국인의 자부심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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