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몰락해가는 명문일까. 바이에른 뮌헨 구단 내부의 혼란, 줄부상, 그리고 결국 회네스 회장의 망언까지 이어지며 ‘왕조의 품격’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4일(한국시간) 독일 ‘바바리안 풋볼’은 바이에른 명예 회장 울리 회네스(72)의 황당 발언을 전했다. 그는 여름 이적 시장을 돌아보며 “11월에 새로운 영입이 세 명 있다. 자말 무시알라, 알폰소 데이비스, 히로키 이토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문제는 이 세 명이 전부 부상에서 복귀하는 기존 선수라는 점이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팬들을 기만하는 궁색한 변명”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바이에른이 이번 여름 확실히 보강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루이스 디아스를 데려온 건 성과였으나, 킹슬리 코망의 대체자는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니콜라스 잭슨을 임대로 데려오며 땜질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뮌헨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수비다. 뱅상 콤파니 감독은 시즌 초반 요나탄 타-다요 우파메카노 조합을 선발로 기용하고 있다. 김민재는 개막 후 세 경기에서 벤치 신세를 지고, 컵 대회에서만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러나 결과는 불안 그 자체다. 라이프치히전 6-0 대승 뒤 아우크스부르크 원정에서는 3-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 막판 상대의 파상공세를 겨우 막아내며 ‘살얼음판 승리’를 챙겼다. 콤파니 감독조차 “우리는 위기 상황이 많지 않았는데도 두 골을 내줬다. 수비는 훨씬 더 침착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주장 마누엘 노이어도 “실점 장면들이 우리 모두를 짜증 나게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전 센터백 조합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벤치에 앉아 있던 김민재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김민재의 입지가 완벽히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여름 내내 그는 ‘판매 가능 선수’ 명단에 올랐다. 구단 보드진은 “5000만 유로 이적료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매각을 논의했다. 자유계약으로 독일 대표 수비수 타를 영입하면서 그의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잔류를 선택했다. 지난해 아킬레스건 통증과 허리 부상, 감기까지 안고도 시즌 내내 43경기 3593분을 소화한 헌신을 보여줬다. 시즌 막판 몸이 망가져도 팀이 우승할 때까지 뛰었던 투혼은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런 김민재를 손쉽게 매각하려 했던 구단 수뇌부의 태도는 선수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겼다.
바이에른의 이번 여름은 혼돈이었다. 원하던 빅네임 보강은 실패했고, 임대 의존 정책으로만 시장을 마감했다. 유망주 몇 명을 확보했지만 당장 전력에 보탬이 되긴 어렵다. 그럼에도 회네스 회장은 “부상자 복귀=신규 영입”이라는 궤변을 내세우며 위기를 부정하고 있다.
현실은 명확하다. 얇아진 스쿼드, 흔들리는 수비, 그리고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부상 리스크. 바이에른의 후반기는 험난할 수밖에 없다. 무시알라와 데이비스가 돌아온다 해도 100% 컨디션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혼란은 오히려 김민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주전 조합이 흔들리고 불안한 수비가 반복된다면, 콤파니 감독은 다시 ‘김민재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김민재가 지난 시즌 우파메카노와 함께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회가 왔을 때 잡느냐는 것이다. 지금의 뮌헨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입지가 흔들릴 만큼 민감한 상황이다. 김민재는 다시 한번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3옵션’이라는 굴욕적 꼬리표를 떼고, 뮌헨 후방의 주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줄부상과 실패한 이적 시장, 그리고 회장의 망언까지. 뮌헨의 현실은 결코 밝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김민재에겐 반전의 기회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는 곧 기회다. 김민재가 다시 주전으로 도약할 발판은, 뮌헨의 혼란 속에서 찾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