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디펜딩 챔프에서 8위까지 내려앉자 이범호 감독은 지난 3일부터 내년을 상정하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후 1시부터 강도높은 훈련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이틀연속 수비와 타격 등 무더위 속에서 2시간짜리 미니캠프를 펼쳤다.
이 감독은 특히 오선우와 윤도현 두 선수의 수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직접 땅볼을 던져주며 열혈지도를 했다. 명품 3루수 출신으로 포구와 송구, 경기흐름을 짚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두 선수는 아직 수비 보강이 필요하다. 큰 바운드성 땅볼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주전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사진]OSEN DB.
오선우는 올해 KIA의 몇 안되는 히트상품이다. 2019년 입단해 작년까지 만년 2군 선수였고 어느새 만 29살이 됐다. 1군에 잠깐 얼굴을 보였지만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다. 2020시즌 59경기 73타석이 커리어하이 출전이었다. 2군에서는 뛰어난 타격을 했다. 올해도 개막부터 화끈한 타격을 펼치더니 타율 3할3푼8리 4홈런 OPS 1.007를 기록했다. 4월12일 1군 콜업을 받았다.
그때부터 펄펄 날았다. 정교한 타격에 장타력까지 과시하며 주전을 차지했다. 100타석, 200타석을 넘기더니 어느새 400타석까지 돌파했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느라 체력이 떨어지고 상대의 약점 견제도 심해지면서 3할 타율은 무너졌다. 104경기 403타석 2할7푼2리 16홈런 50타점 OPS .780을 기록중이다.
데뷔 첫 두 자릿 수 홈런에 20홈런을 향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위즈덤(31개)과 최형우(20개)에 이어 팀내 홈런 3위이다. 이런 타격 재능을 갖춘 타자의 등장은 엄청난 호재이다. 지난 4일 원정 경기차 광주를 찾은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도 "올해 오선우가 많이 올라왔더라. 예전부터 좋게봤다. 좋은 타자는 결국 올라온다"며 호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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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도 인정한 타격재능을 갖췄으니 내년에는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야한다. 올해의 경험을 발판삼아 노력한다면 진짜 20홈런타자로 발돋음할 수 있다. 그러나 포지션이 문제이다. 올해는 1루수를 많이 보면서도 가끔 외야까지 병행했다. 주전 1루수 위즈덤이 김도영의 빈자리를 메우느라 3루수로 뛰면서 오선우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다만 어느 쪽도 수비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는 점이 약점이다. 그래서 내년에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이 감독은 "방망이를 잘치는 1루수를 구하기 어렵다. 외인을 데려와야하는데 만족스러운 선수가 없다. 선우가 1루를 커버해주면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서른의 나이를 감안하면 1루가 적합하다. (마무리 캠프까지) 풀시즌으로 1루 수비를 완벽하게 할 수 있는지 체크하고 판단하겠다. 1루가 안된다면 외야로 빼주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1루수의 수비 보강포인트도 설명했다 "그냥 굴러오는 공은 잘 잡는데 큰 바운드 다음의 바운드를 맞추는게 부족하다. 훈련을 많이 시켜야 한다. 장점이 타격이나 단점을 채워야 포지션이 주어질 수 있다. 선우가 1루 수비를 강화해 주전을 차지해야 팀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오선우의 완벽 1루수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한 셈이다. 올해 1루수로 영입한 위즈덤의 거취 문제와도 직결되는 지점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