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 칩에 대한 사용 제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엔비디아 제품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자국 반도체 업체들의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엔비디아의 'H20' 칩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중국 반도체 업체의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가 탄탄한 이유로 꼽았다.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H20 칩 주문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가 3개월 만인 7월 이를 해제했지만, 아직 엔비디아는 H20 칩을 배송하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H20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계약했는데, 이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어 제품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은 또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후속 제품인 가칭 'B30A' 소식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30A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설계 구조인 '블랙웰' 기반의 제품으로 성능이 H20의 최대 6배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신제품의 가격은 현재 1만2천 달러(약 1천700만원)에 판매되는 H20 칩의 두 배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엔비디아가 이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엔비디아는 중국 내 시장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자 "경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만 답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화웨이·캠브리콘 등 중국 반도체기업과 알리바바·바이트댄스·텐센트 등 기술 기업은 답변하지 않았다.
중국이 첨단 AI 칩에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핵심적인 사안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H200이나 B200 등 최신 AI 칩은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하는 H20과 B30A 등은 모두 최신 제품보다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다운그레이드 제품이다.
중국 기술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를 써야 중국의 기술 종속을 유도할 수 있고 화웨이와 같은 중국 경쟁사도 견제할 수 있다는 게 엔비디아의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 정부의 엔비디아 칩 수출 통제를 무역 협상을 통해 해소한 이후 돌연 자국 기업에 H20 칩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기업들에 H20 칩을 쓰는 이유를 제시하라고 하거나,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면 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 칩의 구매를 막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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