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에 깃발은 꽂혀 있었으나 그린에는 새들 뿐이었다. 골프 코스로 가는 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5일 전남 영암군의 사우스링스 영암CC 코스모스 링스 입구에는 ‘당 현장은 공사금 미불로 인하여 유치권 행사중이므로 출입을 통제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영업종료안내. 영업종료일 : 2025년 8월 31일’이라는 공지가 걸렸다.
세계 최초 활주로 골프장으로 주목받았던 코스모스 링스가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항공 사진을 보면 이 골프장은 활주로 혹은 수영장으로 보인다. 365개의 벙커 때문에 자세히 보면 폭격 맞은 잔디 활주로 같다. 워낙 특이한 골프장이라 전세계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긴 녹색의 직사각형을 활주로라 생각한다면 각 활주로는 길이 1850m이고 폭은 100m의 네모반듯한 직사각형이다. 백티 기준으로 6772m다. 잔디를 심는 관리면적은 약 21만평이다. 관리면적만 치면 세계에서 가장 넓은 코스일 것이다.
코스는 단조롭다. 오르막 내리막은 물론 둔덕이나 개천도 하나도 없다. 그린도 지름 35m의 원형으로 규격화됐다. 18홀 모두 비슷하다. 365개의 벙커도 규격화됐다. 원형인데 벙커 턱이 위로 솟아있다.
딱 2년 전 KPGA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이 이곳에서 열렸지만, 개장 전이어서인지 코스 상태가 불안정했다. 페어웨이에서 볼을 들어 닦고 치는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했다. 일부 선수는 “코스 상태보다 더 괴로웠던 건 코스의 단조로움이었다”고 했다.
벙커에서 정상적인 스윙이 어려워 KPGA는 대회 기간 모든 벙커를 수리지로 지정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정식 개장 이후 일부 마니아층이 생겼지만, “코스가 너무 단조롭다”“다 똑같아서 몇 번 홀인지 알수가 없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골프 붐이 식고 호남 지역의 그린피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영난은 가속화됐다. 모기업 파크카운티는 지난해 PF대출 만기 상환에 실패했고, 채권단인 우리자산신탁은 코스모스 링스 건물 3동과 부지 340만㎡를 2060억 원에 공매에 부쳤지만 두 차례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1000억 원에도 팔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기자본과 배후 수요 없이 외딴 곳에서 대형 사업을 추진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골프장 재생 여부는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모스 링스는 벙커 턱을 1m씩 낮췄음에도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며 “혹시 골프장만 인수할 곳이 생긴다고 해도 코스를 전면 리노베이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스모스 링스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영암45 링스 카일 필립스 코스에서는 KPGA 파운더스컵이 열리고 있다. 선수들은 “그린스피드 등 코스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