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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북중러 대신 북중 정상회담의 노림수…'절제된 反서방'

연합뉴스

2025.09.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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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신뢰 '3국 삼색'…美 패권 도전 中, 독재동맹·신냉전 꺼려 中, 北·러와 밀착으로 '반서방 의지'에도 '반미 군사블록화' 기피
시진핑, 북중러 대신 북중 정상회담의 노림수…'절제된 反서방'
이해·신뢰 '3국 삼색'…美 패권 도전 中, 독재동맹·신냉전 꺼려
中, 北·러와 밀착으로 '반서방 의지'에도 '반미 군사블록화' 기피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힘'을 대내외에 과시한 엿새간의 군사·외교 일정을 마쳤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와 3일 베이징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20여곳의 열병식 참가국 정상,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및 연회를 포함해 5일 밤까지의 강행군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한 SCO 톈진 정상회의로 '반(反)미·비(非)미 텐트' 확장력을 보여줬는가 하면 각종 첨단 무기를 동원한 열병식으로 엄청난 군사력을 과시했으며,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의 26개국 정상을 한꺼번에 초청하는 중국 역사상 최대 외교력을 뽐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자국민에게 속칭 '국뽕'을 안겼다. 미국과의 '관세·무역 전쟁' 등으로 경제가 악화해온 탓에 억눌렸던 중국인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애국주의를 고양한 것이다.
대외적으론 중국이 미국의 패권 경쟁 상대라는 걸 분명하게 인식시켰고,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는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도 있는 국제질서 수호자라는 인식을 심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속에서 국제사회는 두 행사 기간에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을 어떻게 대할지에 주목했다.
3년 반을 넘긴 우크라이나전을 지속하면서 이미 전범으로 기소돼 서방의 원흉이 된 지 오래인 푸틴 대통령과 반미의 상징인 김 위원장이 6년 만에 중국을 찾아 처음으로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었다. 이참에, 서방에 맞선 신냉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SCO 톈진 정상회의에서 '시진핑-푸틴 브로맨스' 분위기는 여전했다. 열병식 행사에 입장하면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 나란히 걸어 올랐고, 톈안먼 망루에서도 셋이 나란히 앉아 '북·중·러 반서방 연대'의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그다음 수순으로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열병식에 '3인 등장'이 사진과 영상을 통한 경고용 메시지였다면, 사상 첫 북·중·러 정상회담은 반서방 전략적 대응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열병식에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등장한 걸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3인이 '반미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시진핑·푸틴·김정은 3인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함께 열병식에 참석한 걸 두고 "단순한 반서구적 시각이 아니며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독재적 연합을 의미한다"는 말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북·중·러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2일 시 주석과 중국-러시아 정상회담을 한 푸틴 대통령은 3일 김 위원장과 양자회담을 한 뒤 4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갔으며 5일부터 현지에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다.
이와는 별도로 시 주석은 전날 저녁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사실 북·중·러 정상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시 주석이 마음만 먹었다면 3국 정상회담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이를 피한 시 주석의 선택에 관심이 모인다.

이와 관련해 우선 북·중·러의 이해관계가 엇갈릴뿐더러 신뢰 관계도 일치하지 않은 가운데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고, 시 주석은 고의로 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전을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지원 공세에 맞서려면 북한의 군사적 지원이 절실하고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구매를 통한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푸틴 대통령은 각각 양자 회담만으로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여러 차례의 북·러 정상회담으로 북한군 파병과 경제·안보 지원을 교환한 터에 이번에 북·중 정상회담으로 수년에 걸친 시 주석과의 소원한 관계를 해소하고 '전략적 협력'을 다진 김 위원장 역시 3자회담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숙원인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면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의식해야 하는 탓에 신냉전 구도를 만드는 3자회담이 김 위원장에게 달가울 리 없다.
무엇보다 시 주석에겐 3자회담은 '악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SCO 톈진 정상회의와 열병식을 통해 미국과의 전략 경쟁 의지를 보여주면서 중국이 신(新)국제질서의 중심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한 시 주석이 국제사회에서 지탄받는 푸틴·김정은과의 '3국 고립동맹'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은 중국이 북한·러시아와의 밀착으로 '반서방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면서도 '3국 반미 군사 블록화'를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 버금가는 G2(주요 2개국)로서 G20(주요 20개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SCO 등 다자 외교 무대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 행세하려는 중국에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은 신냉전의 진영화로 비쳐 중국의 입지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특히 이미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인정한 러시아와는 달리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하기엔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달 11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그다음 날부터 미중 관세·무역전쟁의 '90일 휴전'이 연장된 가운데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등과 대립각을 세우는 건 중국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중국으로선 서방을 자극할 북·중·러 정상회담을 피하고 다자회의 계기에 3자 회동을 함으로써 필요한 협력 이미지를 보이는 '절제된 반서방'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서방이 '독재 동맹'의 출현을 우려하는 가운데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6년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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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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