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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속·확대 통한 투트랙 지원 필요

중앙일보

2025.09.04 21:45 2025.09.0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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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등교육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지역 격차의 심화, 그리고 세계 대학과의 경쟁이라는 삼중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은 그간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던 각종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의 정책적 효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대학 주도의 자율 혁신을 기조로 한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통합재편되어 왔다. 즉 고등교육특별회계로 확보한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 확충은 정부의 예산 투입의 실효성 평가에 따른 가장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2025년 현재 이미 3주기로 진입한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국립대학육성사업 대상인 국립대학과 전문대학지원사업 대상인 전문대학을 제외한 4년제 일반대학 전국 183개교 중 138개교가 사업비 수혜 대상이 되었으며,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과 수도권의 교육 생태계를 함께 성장시키는 위기 속 버팀목으로 명실공히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및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경제성장의 둔화는 정부의 재정 효율화 기조 속 고등교육 예산 지원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재원을 어디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또한 더해져, 대학혁신지원사업 총예산의 삭감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운 이후 시작된 등록금 동결 정책이 2009년부터 2025년까지 약 17년간 이어졌고, 급격한 사회변화와 고등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이 심각한 재정난이라는 덫에 발목을 잡힌 상태에서, 그나마 숨통을 터주고 있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의 향방은 전국 138개 대학 관계자들의 초미의 관심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컬30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고 RISE사업 규모도 작은 수도권 대학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 확보 경쟁은 흡사 불나방을 불사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재정이라는 측면으로 볼 때, 국립대학은 등록금 외에 정부의 기본 운영비 지원과 시설·기숙사 건립비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등 추가 지원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립대학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아 재정 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학알리미 2023년 통계를 기준으로 전국 대학의 재적학생 수 중 국립대학 재적학생 수는 22.4%에 불과하나 사립대학은 77.6%를 차지한다. 그런데 2025년 기준 세계대학 랭킹 1000위권을 비교하면 국립대학 8개 중 5개가 공학계열 특수목적 소규모 대학인 반면, 사립대학은 11개에 불과하고 모두가 대규모 종합대학이며, 모두 연구역량이 높은 대학이라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질 높고 평등한 맞춤형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소수 대학 키우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방과 수도권을 막론한 대학별 특성화 기반의 자율적 자체 역량 키우기에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육성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절박하다. 그러나, 만약 고등교육 재정이라는 제한된 파이에서 소수 대형 국립대학에 정부예산 배정이 집중되고 그 여파로 수도권 및 지방의 다수 대학이 상대적으로 위축된다면, 정책 추진의 정당성과 대학사회의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공약의 추진력은 전국 대학의 공통된 신뢰와 협력을 전제로 지역별 국립 거점대학 육성과 더불어 다수의 대학 발전을 동시에 견인하는‘포용적 투트랙 지원 정책’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업비는 점차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다양한 특성과 수요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다수 대학의 내부 역량을 기르고 생산적인 경쟁을 통해 자가발전할 수 있도록 한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과거 그 어떤 재정지원사업보다도 등록금 보전 이상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가 각 대학이 처한 상황과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사업비를 집행하도록 함으로써, 대학 운영의 안정성과 대학교육의 질을 높여왔다.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신뢰성 및 예측 가능성과 정책 체감도를 높여 정책 의도를 뛰어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대한민국 발전 80년을 돌아보면 국민의 교육열과 대학교육의 발전이 짝을 이룬 이인삼각 경주에서의 눈물겨운 노력과 기여가 있다. 지금껏 이 나라를 세운 것이 서울대라는 하나의 대학이 아닌 것처럼, 앞으로 이 나라를 세워갈 대학은 서울대와 지방의 서울대로 상징되는 소수 9개 대학만이 아니다. 정부가 21세기에 걸맞는 고등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대학의 자율성과 지역 협력 기반으로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이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정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지역 거점 국립대 9개에 대한 선택과 집중 지원을 추진함과 더불어 전국의 138개 대학이 자신의 비전을 세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울대가 되어가도록 포용적 지원을 확대해 가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고등교육 투자 확대는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이 각자의 비전과 특성을 기반으로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사립대학은 국가 발전의 파트너이자 자율적 대학 발전 모델 창출의 소중한 자원이다. 이 사업의 지속적 확대와 전국 대학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

*본 기사의 내용은 김희연 전국 대학혁신지원사업 수도권협의회 회장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김희연 전국 대학혁신지원사업 수도권협의회 회장, 세종대학교 교육혁신처장 겸 혁신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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