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유엔서 협력하자" 북중러 목소리에…대북 제재이행 약화 가능성

연합뉴스

2025.09.04 22: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북중·중러 정상회담서 '유엔' 언급…국제기구서 발빼는 '美공백' 파고들어
"유엔서 협력하자" 북중러 목소리에…대북 제재이행 약화 가능성
북중·중러 정상회담서 '유엔' 언급…국제기구서 발빼는 '美공백' 파고들어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중국에 모인 북중러 정상이 '미국 일방주의'를 겨냥해 유엔에서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향후 대북 제재 이행이 약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4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열병식 하루 뒤인 이날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유엔 등 다자플랫폼에서 계속 협조를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2일 중러 정상회담에서 "중러 양국은 유엔·상하이협력기구(SCO)·브릭스(BRICS)·주요20개국(G20) 등 다자플랫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SCO 회의 기간 중국이 제안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거론하며 "뜻을 같이하는 모든 국가와 유엔 헌장의 목적·원칙을 굳게 지키고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방중 전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유엔 플랫폼에서 러중 협력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양국의 전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정신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러는 유엔 개혁을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아시아·아프리카·남미 국가를 회원으로 받아들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더 민주적으로 만들 것을 주장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목소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기구 유엔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유엔 인권이사회(UNHRC)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등에서 탈퇴하기로 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국제기구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일방적 관세정책 등을 바탕으로 현실주의 외교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유엔 총회는 1인 1표제를 택한 만큼 숫자상 많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등 개발도상국에 유리하고, 안보리에서는 중러 등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뜻대로만 움직일 수는 없는 구조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 발표문에서 '한반도 비핵화' 관련 언급이 빠진 상황에서 향후 북중러가 유엔에서 협력하며 한 목소리를 낼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 이행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는 그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탄하고 각종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제재 이행을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참여가 필요하며, 특히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등의 이행 의지가 필수적이다.
일례로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서 북한 노동자에 대한 회원국의 고용 허가를 금지하고, 결의 2397호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를 2019년 말까지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한 바 있다.
실제 중국은 2019년 말 표면적이나마 자국 내 식당·공장 등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중러는 최근 몇 년간 대북 추가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겅솽 중국 주유엔 부대표는 지난 5월 "대북 결의에는 (제재뿐만 아니라) 정치적 해결과 인도주의적 측면의 부정적 영향 감소 등도 포함된다"면서 선택적으로 집행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이 올해 상반기 새로 받아들인 북한 노동자가 수천 명 수준이라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나온 바 있고,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른 대북 정제유 반입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엘렌 김 학술부장은 "양국 발표문에 비핵화 관련 내용이 없는데, 북한 측에서 거부하고 중국이 그것을 수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면 국제사회의 북핵 해결 노력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봤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미국에 포섭되지 않게 적극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해 준 것"이라면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는 게 중국의 관행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차병섭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