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17·호원방통고 2학년)가 5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6989야드)에서 끝난 허정구배 제71회 한국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챔피언인 김민수는 대회 나흘째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정상을 차지했다. 6언더파 공동 5위로 출발해 전반에만 4타를 줄여 선두권으로 도약했고, 14번 홀(파5)과 15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어 가장 어려운 파4 16번 홀을 파로 건너가 쐐기를 박았다.
막판까지 김민수와 끈질긴 우승 다툼을 벌인 3라운드 8언더파 단독선두 안해천(19·한국체대 1학년)은 16번 홀 보기가 아쉬웠다. 17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1타가 모자라 11언더파 준우승을 거뒀다. 임태영(17·수원고 2학년)은 10언더파 3위를 기록했다.
허정구배는 국내 아마추어 최고 권위의 대회이자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틀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다. 1954년 출범해 올해 71회째를 맞는다. 2003년부터는 고(故) 허정구(1911~1999)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을 기려 ‘허정구배’로 치러지고 있다.
이 대회 역대 6번째 2연패를 달성한 김민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추어 1인자다. 지난해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대회에서 3승을 올렸고, 올 시즌에도 기복 없는 활약으로 국가대표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민수의 최대 무기는 장타력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끄는 김형태(48) 감독의 지도 아래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0m 가까이 늘어 현재는 캐리로 270m를 보낸다. 아이언 샷과 클러치 퍼트도 뛰어나 지난 6월 출전한 한국오픈에선 공동 4위를 기록해 프로 선배들을 긴장시켰다.
건장한 신체조건(신장 1m82㎝·체중 88㎏)을 자랑하는 김민수는 “올해 국내대회 우승이 없어 많이 속상했다. 이번 대회도 3라운드까지는 샷이 따라 주지 않아서 나를 의심할 정도로 실망했다”면서 “지난해처럼 승부처인 16번 홀에서 2번 아이언을 두 번 잡고 그린을 공략했다. 버디는 기록하지 못했어도 이 홀을 파로 넘긴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중반 잠시 슬럼프를 겪었던 김민수는 7월 중순 즈음 머리카락을 바짝 자르고 의지를 새로 다졌다. 비슷한 시기 마음고생을 하던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가 삭발한 채 나타난 사진이 계기가 됐다. 여전히 짧은 머리카락을 고수하고 있는 김민수는 “아마추어로서 겸손하게 골프를 하려고 한다. 또, 후배들이 ‘김민수 선배처럼 되고 싶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목표는 당연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이다. 프로 전향 계획이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멋진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김민수는 11일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에도 출전한다. 아마추어 1인자로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기회다. 김민수는 “솔직히 말해서 우승까지는 목표로 말하기 어렵지만, 톱3 진입을 목표로 두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