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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는 모습 재밌어 장난"…초등생 유괴 3번 시도해놓고 이런 말

중앙일보

2025.09.05 01:16 2025.09.05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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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이 재밌어 장난삼아 그랬다. "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납치하려 한 20대 남성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교 인근에서 학생들을 유인하려다 붙잡힌 20대 남성 3명이 경찰 조사에서 한 말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5일 ‘초등학생 유인 미수 사건’ 수사 내용을 브리핑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 30분쯤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세 차례 일어났다. 세 번의 범행이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5분 정도였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 후 귀가하던 피의자들은 차에 탑승한 채로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에게 “귀엽다, 집에 데려다줄게”라며 말을 걸었다고 한다.

CCTV 영상 등을 통해 이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지난 3일 피의자 3명을 긴급체포하고, 그중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의자들은 경찰에 “실제로 아이들을 태울 의도는 없었고 재미로 한 장난”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단순 장난으로 보기에는 범행을 반복하는 등 고의성이 너무 다분하고 사안도 중대하다”며 “학교와 주변 커뮤니티 등에서 이슈화되며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강경하게 대응했다”고 구속 영장 신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두 사람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됐다.


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이대우 형사과장이 아동 유괴 미수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찰은 앞서 제기된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첫 신고 이후 근처 CCTV 영상을 통해 범인을 추적했으나, 신고 당시 피해자 측이 알려준 차량과 실제 범행 차량이 달라 사건 파악 및 검거가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신고 차량은 ‘흰색 스타렉스’였으나, 실제 범행 차량은 쥐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었다. 경찰은 또 첫 번째 신고가 피해 아동 당사자나 보호자가 아닌, 태권도 관장 등 지인을 4단계 거쳐 이뤄진 것 역시 수사 초기 피의자 특정을 어렵게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CCTV 영상에서 아이들이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모습이 확인됐다면 바로 범행 사실과 차량 등을 특정했겠지만, 2건의 경우 아이들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들의 말을 무시한 채 그냥 지나쳐 가는 모습만 확인돼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영상을 보면 피의자들이 처음 말을 건 아동은 잠시 멈칫했다 무시한 채 걸어가는 모습이었고, 두 번째 피해 아동은 아예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쳤다. 경찰은 세 번째로 말을 건 아동 2명이 놀라며 도망치는 모습을 포착한 후에야 범행 차량을 특정해 앞선 2건의 범행을 밝힐 수 있었다고 한다.

김주원 기자



유괴 사건 늘고 ‘오인 신고’도 꾸준…불안감 증폭

범인은 검거됐지만, 사건 이후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 미성년자 유괴 시도가 늘기도 했다.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유괴는 2020년 113건에서 2024년 204건으로 많이 증가했다.

지난 5월엔 경기 남양주 한 초등학교에서는 등교하던 여학생에게 '간식을 주겠다'며 유인한 뒤 차에 태워 유괴하려 한 70대 남성이 검거돼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또 지난 7월에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부탁을 들어주면 현금 1만원을 주겠다"며 한 초등학생을 유인해 집으로 데려가려 한 70대 여성이 미성년자 약취 미수 혐의로 붙잡혀 검찰에 송치됐다.

결과적으론 범죄가 아닌 단순 해프닝으로 확인됐지만, 유괴로 오해할만한 일들도 종종 발생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4월엔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남학생이 50대 남성 2명에게 유괴될 뻔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확인 결과. 이들 중 한 남성이 위험한 차도 쪽으로 접근하던 학생을 막은 뒤 '음료수 사줄까'라며 대화를 시도했고, 아이가 거절하자 옆에 있던 남성이 "형은 인상이 나빠서 그러면 안 돼"라고 핀잔을 준 뒤 자리를 뜬 것으로 조사됐다. 선의로 말을 걸었지만, 유괴 시도로 오인해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남성들은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자주 음료를 줬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회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 모든 유사 범죄 의심 신고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대문서 이대우 형사과장은 “장난이나 재미 삼아 한 일이라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강경 대응 중이며, 미성년자 유인 사건뿐 아니라 최근 벌어지는 인터넷 허위 협박 등에 대해서도 사회 안정을 위해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전율.김창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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