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정부 대폭 개각…외무→부총리, 내무→외무
법무→내무, 재무는 유임…3대 장관직 사상 첫 전원 여성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의 사임에 따라 취임 14개월 만에 내각을 대폭 개편했다.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이 부총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법무장관을 겸임한다.
그는 레이너 전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란 '흙수저' 출신이고 제1야당 시절부터 노동당 예비내각 외무장관을 지냈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미국통으로 JD 밴스 미 부통령과 친분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강한 목소리를 냈고 중도좌파 노동당에서도 진보파로 꼽힌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이 외무장관을 맡으며, 샤바나 마무드 법무장관이 내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영국 주요 현안인 이민 문제를 맡게 됐다. 공공재정 압박 속에 가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유임됐다.
영국에서 3대 핵심 장관직으로 꼽히는 재무·내무·외무장관을 모두 여성이 맡게 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PA 미디어는 전했다.
팻 맥패든 랭커스터 장관은 노동연금부 장관으로 옮긴다. 스타머 정부가 복지·연금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편을 시도했다가 여론 및 당내 반발로 되돌리는 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난국을 타개할 임무가 주어졌다.
레이너 전 부총리가 겸임했던 주택지역사회 장관은 스티브 리드 환경장관이 맡고, 피터 카일 과학혁신기술 장관은 산업통상부로 옮겼다.
총리실 소식통들은 이번 개각이 쇄신과 강화를 위한 것으로, 내각이 민생 개선과 국경 보호 강화, 공공서비스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영국 언론에 말했다.
이번 개각은 주택지역사회 장관을 겸임한 레이너 전 부총리가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끝에 이날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지난해 7월 총선에서 경제 활성화와 공공 서비스 개혁 등을 내걸고 압승했지만, 이후 성장 둔화, 복지 삭감 실패, 공공 재정 압박, 이민 논란 등 난관이 계속되고 있다. 지지율도 급락해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에 추월당했다.
장차관 여러 명이 각종 논란 속에 낙마한 데 이어 내각 2인자 레이너 부총리까지 사임하면서 스타머 총리가 받는 정치적 압박은 한층 커졌다.
총리실 정책 보좌관을 지낸 패트릭 다이아몬드는 AFP 통신에 "이번 개편은 스타머 총리가 이제까지 정부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 왔고 정부 역학에 대한 통제를 시급히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레이너의 사임 여파는 계속 혼란을 야기해 정부의 정책 이행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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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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