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얼마나 인기가 없으면. 중국 축구가 ‘공개 채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축구협회(CFA)는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주기를 맞아 남자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이고 FIFA 랭킹을 끌어올려 2030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공개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말 그대로 이력서를 받아 감독을 뽑겠다는 파격적 방식이다.
협회가 내세운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대륙연맹 주관 대회 본선에서 국가대표팀을 지휘한 경험이 있거나, 유럽·아시아 등 고수준 리그에서 감독 경험이 있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만 60세 이하이며 국적 제한은 없다. 전임 근무와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 사회적 이미지, 건강 상태까지 요구된다. 도핑·범죄 전력도 없어야 한다.
지원자는 9월 20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지원서, 자격증, 신분증, 최근 6개월 내 건강검진서를 제출해야 한다. 담당 부서는 협회 기술부로, 문의도 가능하다.
중국 언론 반응은 차갑다. 베이징 청년일보는 “중국축구협회가 감독 공개 모집을 시작하며 새로운 코칭 라운드에 들어갔다. 이미 여러 후보자로부터 지원서를 접수했다”며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여전히 인기 있는 자리”라고 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신임 감독은 젊고 활력이 넘치며 국제대회 경험을 갖추고 즉시 투입 가능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당장 성과’를 요구하는 셈이다.
후보자의 국적 제한은 없지만, 다수 소식통은 60세 이하 유럽·미국 출신 지도자가 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중국축구협회가 세계적 명장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국 사정에 맞는 실용적인 감독을 데려올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도 동시에 나온다.
협회의 시간도 부족하다. 중국 대표팀은 오는 10월 새 훈련캠프를 꾸리고 국제 친선경기 두 차례를 소화할 계획이다. 최종 감독이 마감일 안에 정해지지 않는다면 임시 감독 체제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CFA는 기술 부서를 통한 전문가 자문과 엄격한 절차를 강조했지만, 불과 몇 주 안에 감독을 결정해야 하는 현실은 쉽지 않다.
중국 축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지금은 아시아권에서조차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 월드컵 아시아 예선 탈락, 동아시안컵에서의 연이은 완패는 팬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결국 감독 공개 모집이라는 ‘극약 처방’이 등장했다.
문제는 지도자 한 명으로 모든 게 바뀌기 어렵다는 점이다. CFA가 말한 “2030 월드컵 진출”은 거창하지만, 축구 철학과 시스템, 유소년 육성까지 전면 개혁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팬들 사이에서도 “또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