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아직 정하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전 세계가 다시 술렁였다.
아르헨티나는 5일(한국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스타디오 모누멘탈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 17라운드에서 베네수엘라를 3-0으로 완파했다. 승리 자체보다 더 큰 화제를 모은 건 메시였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세 아들과 손을 잡고 입장한 메시는 8만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팬들의 함성 속에 눈시울이 붉어진 그의 모습은 이미 ‘GOAT(역대 최고)’라는 단어를 넘어 한 시대의 아이콘임을 증명했다.
경기에서도 메시는 변함없는 클래스를 보여줬다. 전반 39분 훌리안 알바레스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추가골을 넣자, 그는 다시 티아고 알마다의 패스를 마무리하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이날로 A매치 통산 194경기 114골. 발롱도르 8회 수상자, 아르헨티나 대표팀 역대 최다 출전·최다 득점자라는 기록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그의 존재감을 웅변했다.
그러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온 메시의 말은 많은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현지 방송 ESP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경기장에서 수많은 감정을 느꼈다. 팬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어 늘 꿈꿔왔던 일이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어 메시는 “오랫동안 바르셀로나에서 사랑받았지만, 내 진짜 꿈은 조국 아르헨티나에서도 그 사랑을 받는 것이었다. 지금 그 꿈이 이뤄졌다”라며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월드컵에 관한 질문에는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메시는 “솔직히 나 자신에게 물어보며 결정하겠다. 몸과 마음이 좋을 때는 축구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 월드컵 출전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시즌을 마치고 프리시즌을 거친 뒤, 대회 6개월 전쯤 내 상태와 기분을 보겠다”라고 답했다.
사실상 은퇴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뜻이다. 팬들로선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카타르에서 마침내 월드컵을 들어 올리며 꿈을 이룬 메시가 과연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도 나설지, 아니면 이번 예선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본선 직행을 확정했다. 메시가 함께한다면 아르헨티나는 또 한 번의 역사에 도전할 수 있다. 만약 메시가 나선다면, 그의 마지막 무대는 4연속 메이저 대회 제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는 이제 조국에서 받은 사랑을 등에 업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멈출지도 모른다.
메시의 한마디에 세계 축구계가 숨을 죽인다. 2026년 무대가 그의 마지막 춤이 될지, 아니면 이미 카타르에서 모든 걸 마무리했는지. ‘GOAT’의 결정을 기다리는 건 이제 전 세계 축구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