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다니엘 레비(63)가 토트넘을 떠난 지금, 영국 언론조차 손흥민(33, LAFC)을 그의 가장 성공적인 영입으로 꼽았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6일(한국시간) 레비의 25년 집권기를 돌아보며 토트넘 역대 최고 영입 10인을 선정했다.
1위는 의심의 여지 없이 2015년 레버쿠젠에서 2200만 파운드(약 380억 원)에 데려온 손흥민이었다. 당시 “너무 비싸다”는 혹평이 따랐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레비 시대의 가장 완벽한 ‘신의 한 수’로 기록됐다.
손흥민은 약 10년 동안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454경기 173골을 터뜨렸다. 해리 케인과 함께 구단 역사상 최강의 공격 듀오로 불리며 팀을 수없이 위기에서 구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구단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아이콘이었다.
무엇보다 주장 완장을 차고 2024-25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토트넘의 마지막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레비 회장이 떠나기 직전 구단에 남긴 유일무이한 메이저 트로피였다.
팀토크는 손흥민을 두고 “지난 10년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자 토트넘의 진정한 상징”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 크리스티안 에릭센, 라파엘 판 더 파르트, 위고 요리스가 나란히 최고의 영입 명단에 포함됐다. 델레 알리,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로비 킨, 저메인 데포 등도 가성비와 활약을 고려했을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으로 꼽혔다.
반대로 최악의 영입에는 로베르토 솔다도와 에메르송 로얄이 올랐다. 막대한 이적료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한참 못 미쳤던 대표적인 실패 사례였다. 팬들은 “솔다도의 악몽을 지우고, SON의 추억을 남긴 게 레비의 가장 큰 업적”이라며 희비를 갈랐다.
레비는 2001년 3월 토트넘 회장으로 부임해 25년간 구단을 지배했다. 그는 EPL 최장수 회장으로 기록됐고, ‘짠돌이’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철저한 재정 관리와 주급 체계를 고집했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 구단을 진땀 빼게 만드는 악명 높은 협상가였다.
케인, 베일, 모드리치 등 굵직한 스타들의 이적마다 레비의 버티기 협상은 늘 화제를 낳았다.
레비는 토트넘을 현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몰락 직전의 흔들리던 토트넘서 특유의 경영 철하으로 세계적 수준의 신축 경기장과 최첨단 훈련장을 완공했고, 유소년 시스템 강화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재정적으로는 5000만 파운드(약 938억 원) 이상의 이익을 거둔 성공한 경영자였다. 정작 팬들에게는 ‘우승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기억되기도 했다. EPL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끝내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손흥민이 떠난 직후 레비도 물러났다. 구단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든 레비였지만, 팬들 가슴 속에는 ‘짠돌이 회장’이라는 꼬리표와 미완의 전성기를 남겼다. 다만 손흥민 영입만큼은 모든 평가를 뛰어넘는 절대적 성공으로 남는다.
손흥민이 떠난 지금, 레비 시대도 막을 내렸다. 케인·손흥민·레비, 토트넘을 상징하던 세 이름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북런던의 시계는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레비 25년 집권기, 가장 빛나는 장면의 한가운데는 언제나 손흥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