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시즌 11번째 3루타로 폭풍 주력까지 보였다. 한국 있을 때보다 더 많은 3루타를 치면서 이 부문 내셔널리그(NL)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정후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시즌 11호 3루타 포함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샌프란시스코의 8-2 완승을 이끌었다.
안타 4개는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으로 지난달 4일 뉴욕 메츠전 이후 두 번째였다. 후반기 40경기 타율 3할7리(153타수 47안타) 1홈런 9타점 OPS .799로 살아나면서 시즌 전체 성적도 132경기 타율 2할6푼7리(498타수 133안타) 7홈런 49타점 OPS .744로 끌어올렸다.
7회 무사 1루에선 터뜨린 3루타가 인상적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우완 불펜 라이언 페르난데스의 4구째 몸쪽 높은 커터를 잡아당겨 1루수 옆을 지나 우측 펜스까지 굴러가는 타구를 날렸다. 시속 102.9마일(165.6km) 하드 히트로 1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이정후 1루에서 2루로 향할 때 오른손으로 헬멧을 직접 벗더니 3루까지 내달렸다. 이정후의 속도가 워낙 빨라 세인트루이스 수비도 중계 플레이를 포기했다. 이정후는 3루에 서서 들어갔다.
샌프란시스코 경기를 전담 중계하는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도 감탄했다. 투수 출신 해설가 하비에르 로페즈는 “정말 좋은 스윙이었고, 타구는 라인 따라 쭉 뻗어나갔다. 우익수 조던 워커가 우중간 쪽에 있었는데 라인을 타고 갔다. 이정후의 타구 판단이 좋았고, 주루도 훌륭했다. 직접 헬멧을 벗어 던졌고, 3루 코치를 볼 필요도 없이 달렸다”고 말했다.
시즌 11호 3루타를 기록한 이정후는 이 부문에서 코빈 캐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6개)에 이어 NL 2위를 굳건히 했다. 아메리칸리그(AL) 포함 양대리그 통틀어서도 전체 공동 3위. 3루타 11개는 이정후 커리어에서도 처음이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인 2019년, 2022년 두 차례 3루타 10개를 기록한 게ㅔ 개인 최다였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후의 발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빛을 발했다. 2사 1,2루 찬스에서 세인트루이스 우완 불펜 크리스 로이크로프트의 2구째 바깥쪽 높은 커터를 친 것이 크게 바운드됐고, 유격수 메이신 윈이 공을 잡자마자 빠르게 러닝 스로로 연결했지만 이정후의 1루 통과가 조금 더 빨랐다. 로페즈는 “로페즈는 “이정후가 4안타 경기를 했다. 윈도 최선을 다해 수비했지만 이정후의 스피드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바람의 손자’답게 빠른 발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경기를 마친 뒤 이정후는 수훈선수로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포스트게임 인터뷰에 나섰다. 이정후는 “라파엘 데버스, 윌리 아다메스 등 상위 타선의 타자들이 엄청 잘 쳐주고 있고, 그러다 보니 하위 타선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휩쓸려 다 같이 잘 치고 있는 것 같다”고 최근 11경기 10승1패로 상승세인 팀 분위기를 전했다.
후반기 타율 3할대로 살아난 것에 대해서도 이정후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하고 있고, 홈경기 있을 때마다 타격코치님이라든지 많은 분들의 도움과 조언이 있다. 그런 것들을 잘 참고해 경기에 임하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포스트게임 쇼에 출연한 올스타 출신 유격수 리치 오릴라아는 “이정후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몇 달 동안 힘들었지만 이제는 적응해나가는 모습이다. 작년에 몇 경기 못 뛰고 시즌 아웃됐기 때문에 리그를 두 번 정도 돌아서 상대할 기회가 없었다. 올해도 두 번째 대결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7월부터 공을 끝까지 보고, 바깥쪽 공에 더는 2루 땅볼을 치지 않는다. 좌측 밀어치는 타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가운데 몰리는 공은 장타로 연결한다. 최근 두 달간 성적은 반가움과 놀라움의 연속”이라고 치켜세웠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