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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순례자 1천여명, 바티칸 희년 행사 첫 참례

연합뉴스

2025.09.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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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단체 순례, 공식 희년 행사 포함은 처음"
성소수자 순례자 1천여명, 바티칸 희년 행사 첫 참례
"성소수자 단체 순례, 공식 희년 행사 포함은 처음"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바티칸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LGBTQ) 순례자가 대거 희년 행사에 참석했다고 AFP, AP 통신이 보도했다.
약 20개국 출신 성소수자와 가족 1천400명이 가톨릭 다양성을 위한 이탈리아 단체 '라 텐다 디 조나타'가 조직한 이번 순례에 참여했다.
이탈리아주교회의 부의장인 프란체세코 사비노 주교가 로마 키에사 델 제수 성당에서 이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사비노 주교는 "희년은 억압받은 자를 해방하고 거부당한 이에게 존엄성을 되찾아주는 시간"이라고 말했고, 성당을 꽉 채운 참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성소수자 단체가 바티칸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성소수자의 순례가 공식 희년 프로그램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라고 AFP 통신은 짚었다.
여러 성소수자 단체가 참여한 이번 순례는 바티칸의 공식 희년 행사 달력에 올라 있다. 바티칸 관계자들은 달력에 오른 것이 공식 지지나 후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희년은 교회가 50년 또는 25년마다 선포하는 은총의 해로, 이번 희년은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때 선포돼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026년 1월 6일까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당시 교황청은 처음으로 성소수자 희년 순례를 '조용히' 승인했다. 일부 바티칸 관계자는 희년 행사 포함이 지지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거리를 두려 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번에 성소수자 순례자들을 따로 접견하거나 성소수자 신자를 위한 특별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순례에 참여한 성소수자 순례자들은 가톨릭교회가 한 차원 더 포용성을 높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성소수자 단체 디그니티USA의 메리앤 더디 버크는 AP에 "25년 전 희년 때도 미국 성소수자들과 함께 바티칸에 왔는데 그때는 희년 프로그램에 위협이 된다며 사실상 갇히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두에게 개방적인 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교리를 바꾸지는 않았다. 2023년 사제가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가 보수파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레오 14세는 혼인은 남녀 간 결합이라고 보는 입장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30명과 함께 130㎞를 걸어 바티칸에 온 벨기에 트랜스젠더 이블린 베츠는 AFP에 교회의 다양성이 확대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가끔만 환영받는 외부인이 아니라 한 가족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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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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